• 정치/행정
  • 대전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최종태 전시관 개관…대전 미술사 재조명
이종수 도예관 조성…창작·체험 플랫폼 구축
테미도서관, 문학관 재탄생…복합문화공간 확대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4-02 17:14

신문게재 2026-04-03 7면

대전시는 신도심에 편중된 문화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고 원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역사적 자산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개관한 최종태 전시관과 대전테미문학관에 이어 2027년 이종수 도예관이 완공되면 전시와 창작, 교육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거점이 원도심 곳곳에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과 도시 재생의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도시 균형 발전의 전환점이 될지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대전시는 원도심에 축적된 역사적 공간과 문화 자산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 계획을 통해 지역 간 문화 불균형 해소에 나섰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과거 대전 문화예술의 출발점이었던 원도심에 전시와 창작, 체험 기능이 결합된 복합 문화 거점을 형성함으로써 도시재생과 문화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역사적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시도가 침체된 도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원도심 문화시설 확장… 예술로 다시 숨 쉬는 대전 1 (1)
대전창작센터를 활용해 조성한 최종태전시관. (사진= 대전시)
▲ 한국 현대조각 거장을 만나다

원도심 문화 재생의 상징적 축으로 자리 잡은 '최종태 전시관'은 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통해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다시 잇는 거점으로 조성됐다. 중구 대종로에 위치한 대전창작센터를 활용해 마련된 이 공간은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4월 문을 열며, 역사성과 현대 예술이 결합된 상징적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관은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 최종태 작가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집약적으로 담아낸 특화 공간이다. 조각을 중심으로 판화와 파스텔화, 기록 자료 등 약 300여 점이 구성돼 그의 예술세계를 다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한 작가의 창작 궤적과 사유의 흐름을 함께 읽어내는 구조로, 지역 문화자산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최종태는 1932년 충남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성장한 뒤 대전사범학교에서 미술을 배우며 예술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서울대학교 조소과에서 장욱진과 김종영을 사사하며 조형 언어를 확장했고,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 나갔다.

그의 작업은 특정 양식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당시 미술계가 추상 중심으로 재편되던 흐름 속에서도 그는 인간 형상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형태 속에 인간 내면을 응축하는 표현 방식은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그는 '교회 조각'이라는 영역을 한국 현대조각의 한 축으로 정립한 인물로 평가된다. 종교적 상징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결합한 그의 작업은 공간과 인간, 신앙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조각의 역할을 확장시켰다. 이는 한국 조각이 단순한 조형물 제작을 넘어 정신성과 공간성을 함께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태의 또 다른 의미는 '지역 기반 예술가'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대전·충남 지역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갔고, 당시 조각가가 거의 없던 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한 조각가로 활동하며 지역 미술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1964년 대전문화원에서 열린 개인전은 지역 최초의 조각 개인전으로 기록되며, 대전 미술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전시관이 들어선 대흥동 일대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곳은 과거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활동하며 대전 미술의 기반을 형성한 공간으로, 이번 전시관 조성을 통해 다시금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공간 조성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적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원도심 문화시설 확장… 예술로 다시 숨 쉬는 대전 3 (1)
이종수 미술관 설계안. (사진= 대전시)
▲ 흙과 불의 미학, 이종수 도예관 조성

원도심 문화벨트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축은 동구 소제중앙문화공원 일대에 들어설 '이종수 도예관'이다. 총사업비 15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전시와 창작, 교육 기능을 결합한 도예 특화 문화시설로, 2026년 9월 착공해 2027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종수 도예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창작과 교육, 교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산형 문화 플랫폼'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전시실을 비롯해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교육 공간 등이 함께 조성되며, 신진 도예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민 체험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전문 예술 영역과 시민 참여 영역을 동시에 확장하는 복합 문화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특히 이 공간은 지역 예술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창작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한 상주 프로그램과 워크숍, 교육 과정 등이 운영될 경우 지역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외부 예술가 유입까지 유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시설 조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수의 작업 세계 역시 이러한 공간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그는 평생 '흙'과 '불'이라는 재료의 본질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도예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형태를 완성하는 기술적 성취라기보다, 흙이라는 물질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축적된 과정의 기록에 가깝다. 흙이 지닌 물성, 그리고 불을 통한 변화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우연성과 필연성이 공존하는 작품 세계를 만들어왔다.

특히 유약의 흐름이나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 번짐 등은 일반적으로 통제의 대상이지만, 이종수에게는 오히려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작품에 담아내려는 태도로,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중시하는 그의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도예를 단순한 공예를 넘어 하나의 '과정 중심 예술'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종수 도예관은 이러한 철학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재료와 과정, 창작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미술관과 차별화된다. 시민들이 흙을 만지고, 굽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될 경우, 문화 향유의 방식 자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도예관이 들어설 소제동 일대는 최근 도시재생과 문화공간 조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역으로, 기존 근대 건축물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지구로 변화하고 있다. 이종수 도예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문화자산과 현대 예술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며, 원도심 전반의 문화적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이종수 도예관은 단순한 시설 하나의 조성을 넘어, 창작과 교육, 체험이 결합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실험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원도심 문화 재생 전략의 한 축으로서, 예술과 도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원도심 문화시설 확장… 예술로 다시 숨 쉬는 대전 2 (1)
대전테미문학관. (사진= 대전시)
▲ 옛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옛 테미도서관은 '대전테미문학관'으로 재탄생하며 원도심 문화 재생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1979년 대전 최초의 시립도서관으로 출발한 이 공간은 리모델링을 거쳐 문학 기반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 3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연면적 약 1300㎡ 규모로 조성된 문학관은 상설·기획 전시실과 문학콘서트홀,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문학을 보다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지식과 학습의 공간이었던 도서관이 이제는 창작과 교류, 체험이 어우러진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원도심에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니라 '문화 접근성 재편'이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지속적인 콘텐츠 운영 ▲지역 예술인 참여 확대 ▲시민 체험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한다면 원도심 문화 활성화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도심 방문 유입을 늘리기 위한 교통·상권 연계 전략까지 병행된다면 실질적인 도시 활력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원도심의 역사적 공간과 문화예술을 연결해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 환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