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및 납사 수급이 불안해지자 정부가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했으며, 이에 따라 대전 지역 제조업체들의 생산 비용 상승과 공정 차질 우려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대출 제한 등 금융권의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피해 상황을 외부에 숨기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현재 우회 조달 등을 통해 공장 가동을 유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원료 수급 불안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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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지역 제조업체들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와 납사(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 속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제공) |
2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자정을 기해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며, 이번 격상은 석유 조달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국내 원유 재고가 20% 이상 감소하는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원유 수급 불안은 이미 물가지표에서 감지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해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문제는 단순 원유 가격상승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지역 제조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납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합성고무의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때문에 납사 수급 차질은 생산 비용 상승은 물론 공장 가동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피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은 채 제한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다.
대전의 한 합성고무제품 가공업체 관계자는 "현재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재고가 한정돼 있어 중동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회 조달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아직 공장 가동률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기업들이 겉으로는 정상 가동을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급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이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배경에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며 "이럴 경우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고, 기존 대출도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직접 지원하는 기관에만 내부 사정을 알릴 뿐, 외부 공개에는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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