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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취업 중심의 교육, 오래 일하게 하지는 못하는 교육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6-04-19 16:31
김규용
김규용 교수
우리나라는 전후(戰後) 분단된 상태에서 국토는 좁고, 자원은 부족하며, 내수시장만으로 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국가 재건과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했던 한국은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을 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교육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기반이었다.

고도의 압축성장에 동력을 제공해왔던 우리나라의 교육은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체계로 설계되었고, 대학은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취업시키는" 기능에 최적화되었다. 인력양성 중심의 교육은 압축성장의 시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모델이었으며, 개인에게는 계층 상승의 통로를 제공하고 국가에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산업 구조와 사회 환경이 변화한 현재에도 이러한 교육 모델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직무의 수명은 짧아지고, 경력 전환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여전히 '취업'이라는 단일 시점에 집중되어 있다. 대학은 취업률로 평가받고, 학생은 빠른 노동시장 진입을 목표로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장기적 경력 설계나 변화 대응 역량보다는 단기적 산업 인력 공급 기능에 치우치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직업 선택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공공부문, 전문직, 대기업 등 안정성이 높은 직업군에 집중하게 된다. "한 번 진입하면 평생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도전과 탐색은 위축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는 이러한 안정지향적 선택이 오히려 위험을 내포한다. 단일 경로에 의존하는 경력은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교육이 사회적 계층 구조와 결합되면서 차별을 완화하기보다 고착화하는 정당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가정 배경과 교육 환경에 따라 출발선이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과 성적이라는 결과는 객관적 성취로 간주되며, 개인의 성공과 실패는 능력과 노력의 차이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같은 구조는 직업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특정 직업군에 대한 과도한 선호는 경쟁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키는 동시에 다른 직업군의 사회적 가치와 보상을 상대적으로 낮춘다. 그 결과 노동시장은 안정된 직업과 불안정한 직업으로 분리되고, 직업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적 이동성을 약화시키고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취업 중심 교육은 직업인으로서의 수명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특정 직무에 최적화된 단기 역량은 빠른 취업에는 유리하지만, 기술 변화나 산업 재편이 발생할 경우 재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기존 역량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조기에 이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불안정한 노후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는 "취업은 잘 시키지만, 오래 일하게 하지는 못하는 교육"이라는 구조적 역설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 전달하는 가치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빠르게 취업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었다면, 미래에는 변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은 단순히 산업 인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을 실현하는 제도로도 기능해야 한다.

이 논의는 단지 제도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실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명확하다. 많은 재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 없이 불안만을 안고 있다. 미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선택이 지배적이며, 상담 역시 취업 정보 제공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지금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미래 진로 상담, 즉 자신의 삶과 경력을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학생을 돕는 것이다. 학생들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결국, 교육은 지역사회와 함께 묻고 답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을 얼마나 빨리 취업시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변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전환이 이루어질 때, 교육은 다시 한 번 개인의 삶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지탱하는 근본적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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