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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인신문] 모내기철에 만난 두레패들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26-05-07 17:22

신문게재 2026-05-08 10면

민찬
민찬 명예기자.
지난 4월 18일 토요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쪽에서는 모판 작업이 진행되었다. 건너 고층아파트가 보이고 세종시 가는 큰 도로가 인접한 곳인데도 광역시 안에서 매년 논농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객원 일꾼이다. 주민도 아니고 벼농사도 안 하지만 절기로 보아 곡우가 다가오는 이 무렵이면 그들이 나를 불러준다. 주말 농사를 짓겠다고 들락거리다가 하나둘 사귀게 된 사람들이다. 영농회장을 맡고 있는 형과 관리기를 끌고 와 밭 만들어주는 또 다른 형, 그리고 1958년 무술생 동갑내기 한 명 이렇게 셋이다. 그들은 나와 함께 안산계의 계원들이기도 하다. 올해도 도움을 요청했고 그리해 하루만의 두레패에 내가 끼어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안산동 소샛들에 모여 일을 했었는데 올해는 외삼1동 마을회관 앞으로 나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오전 8시 30분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해보니 모판 작업용 기계 설치가 끝나가는 중이었다. 10여 미터 넘어 보이는 레일 위에는 상토, 관수, 볍씨, 다시 상토를 공급하는 각각의 장치들이 조립되어 있었다. 레일 옆으로는 모판용 상토 부대 및 볍씨 자루가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았고 레일이 시작하는 지점에는 빈 모판이 쌓여 있었다. 2500개가 오늘의 작업량이라고 했다. 일꾼들은 열 서너 명 남짓 작년보다는 늘어났는데 처음 보는 이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이때만 잠깐 만나는 사람들이라 하라면 따를 뿐 내가 내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올봄에도 건들 농군이 되어 하루 두레패에 끼어들었다.



그날 나에게 부여된 과업은 레일 위에 모판을 잘 올려놓는 일이었다. 빈 모판을 올려 안으로 밀어 넣으면 진행 순서대로 바닥 상토를 채우고 관수를 하고 볍씨를 파종하고 다시 상토로 복토를 하는 등의 일관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볍씨파종기에는 자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과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상토를 채우는 일은 무거운 부대를 어깨로 감아올려 투입구에 쏟아부어야 한다. 힘이 따르는 일이었다. 관수 작업에는 수시로 물의 양을 조절하는 테크닉이 필요했고 볍씨 파종도 투입과 산출을 점검하는 센스가 요구되었다. 복토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상토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 쉬운 것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두레꾼들은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레일이 멈춘 적이 한두 번이었을까 그 정도로 잘 작업은 진행되었다. 그들은 힘이 있었고 기술이 있었고 감각이 있었다. 다시 말해 근력이 있었고 기술력이 있었고 순발력과 함께 감각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영농회장의 상황 판단력과 대응력은 리더십 그 자체였다. 볍씨와 상토의 여유분이 생기자 모판 300개를 곧바로 투입해 목표치를 넘어서는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을 했다는, 철근공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는, 그리고 공사장 역부로 날렸다고 하는 등등, 어제의 일꾼들이 다시 뭉쳐 오늘의 농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농경사회에 태어나서 산업사회 건설 공사장에 있다가 이제는 정보화 사회 로컬푸드의 구루로 우뚝 선 사람들이다. 그들이 오늘의 이 두레패에 나를 끼워준 것이다.
민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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