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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
AI는 단순히 하나의 독립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 컴퓨팅,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거의 모든 산업과 기술 분야와 맞물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범용 기술의 성격을 가진다. 이미 의약·바이오 산업에서는 AI 기반 공정 최적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어서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에서는 공정 시뮬레이션과 촉매 설계에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에서도 수요예측과 운영 효율화를 위한 핵심 도구로 AI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특정 기술 분야의 경쟁력만이 아닌, 서로 다른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융합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개발 전략과 체계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사업의 기본 구조는 여전히 기술 분야별 칸막이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비 지원 체계 또한 특정 기술 영역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융합 연구가 실제 현장에서 활성화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화학, 공정, 데이터, 컴퓨팅, 에너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하다. 결국 연구자들은 각자의 영역 안에서 제한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혁신의 속도를 저해하게 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일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과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량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분야별 전문화를 통해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융합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AI의 등장은 기존 연구개발 체계의 한계와 함께 이를 혁신할 새로운 기회도 보여주기 때문에, 이제는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능동적인 연구개발 전략도 필요하다.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국가적 난제는 단일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대표적인 융합 과제이다. 탄소 저감 공정 개발에는 화학 기술뿐 아니라 AI 기반 공정 제어,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분석, 에너지 최적화 기술 등이 동시에 요구된다. 즉, 미래의 연구개발은 더 이상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떻게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방식, 제품,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여,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가치를 느끼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연구계에서는 산업계, 학계와 함께 융합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기관의 연구전략을 기술 분야별 나열 방식에서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결국 단일 기술을 넘어 기술·설계·제조·시장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은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와 같은 개방형 융합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여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또 연구실과 실증 현장 데이터를 비교·분석하고 실제 공정에 기반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보다 가치가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 등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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