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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사진= 포스텍 제공) |
국내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 5분의 1에 불과한 초박형 반도체 칩을 10층 이상 안정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통합과정 김우현 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호현 박사 연구팀은 칩을 옮기는 동시에 금속 접합까지 가능한 새로운 공정을 통해 상용화된 고성능 메모리보다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는 다학제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리절츠 인 엔지니어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챗GPT, 이미지 생성 AI, 자율주행 자동차. 우리 일상을 파고드는 AI 서비스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반도체는 갈수록 강력해질 수 있는 비결은 칩을 옆으로 넓히는 게 아니라 위로 높이 쌓는 것이다.
도심 땅값이 오르면 단독주택 대신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메모리칩을 여러 개 층층이 쌓아 만드는 구조여서 얼마나 많은 칩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칩이 얇아질수록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이하, 즉 머리카락 굵기보다 칩의 두께가 얇아지면 칩이 휘거나 깨지기 쉽다. 마치 두꺼운 도화지는 몇 장을 쌓아도 반듯하지만, 얇은 한지를 여러 장 겹치면 금세 구겨지고 어긋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층수가 늘어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을 하나로 합치는 전략을 세웠다. 칩을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옮겨 붙이는 전사 프린팅과, 칩을 이송하는 바로 그 순간 금속 접합까지 동시에 완료하는 실시간 본딩을 통합한 것이다. 덕분에 칩을 옮기고 붙이고 연결하는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
새 공정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께 약 14㎛의 초박형 실리콘 칩을 제작했다. 이 작디작은 칩 내부에는 전기 신호가 위아래로 오가는 통로와 좌우로 퍼지는 배선 구조가 함께 설계돼 있어 다층 적층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공정을 이용해 연구팀은 180도 이하 저온, 20kPa 이하 저압 조건에서 이 초박형 칩을 10층 넘게 안정적으로 적층하는 데 성공했다.
연속으로 쌓은 뒤에도 층간 정렬 오차는 작았고 휨 현상도 최소화됐다. 전체 두께 대비 적층 수를 나타내는 집적 밀도는 기존의 HBM(12단 구조)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같은 높이 안에 더 많은 칩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같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칩을 쌓을 수 있게 되고 AI 반도체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나아가 이 기술은 여러 기능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묶는 칩렛(Chiplet) 기술이나 초소형 발광 소자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크다.
김석 교수는 "기존 HBM 대비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한 만큼 고성능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개발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호현 박사는 "마이크로미터 수준 초정밀 정렬 및 접합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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