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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새로운 기준

이미선 기상청장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6-07-14 17:35

신문게재 2026-07-15 18면

[붙임 3] 기고문_이미선 기상청장 사진 (2)
이미선 기상청장
지난해 여름, 충남의 한 축사에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던 농민의 모습을 기억한다. 수십 년을 키워온 가축들이 뿜어내는 가쁜 숨소리 사이로, 그는 "예전엔 이 정도 더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여름이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우리를 괴롭힌 것은 단순히 뜨거운 햇볕이 아니었다. 식지 않는 대지와 잠들지 못하는 밤, 기존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후의 역습이었다.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철 폭염은 '견뎌야 할 더위'였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 대처해야 할 재난'이 됐다. 특히 작년은 기상청 관측 이래 여름철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 만큼 고온 현상이 심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던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전국적인 가축 폐사와 농작물 피해를 경험하며,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기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여름을 대비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충남의 상황을 보면, 최근 5년간 충남권의 여름철 폭염일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11.8일이었던 폭염일수는 2025년 27.3일로 무려 2배 이상 급증하며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고스란히 도민의 피해로 이어졌다. 온열질환자 수가 2021년 83명에서 2023년 205명으로 2.5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작년에는 전국 온열질환 사망자의 약 17%가 충남에서 발생해 인명 피해 예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매년 수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하는 경제적 손실까지 더해지며, 폭염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은 극심해지고 있는 폭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여름부터 기존의 폭염특보 체계를 보완한 '폭염 중대경보'와 '열대야 주의보'를 도입했다. 이 새로운 특보들은 단순히 기온 수치를 알리는 것을 넘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천적 경고를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



먼저, '폭염 중대경보'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임계값온도를 기준으로 설정해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 이상이거나 일최고기온이 39℃ 이상인 상태가 하루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주의보-경보-중대경보'로 이어지는 3단계 폭염특보 체계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알림 체계로 운영된다.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되면 인체에 가해지는 열 부하와 그에 따른 탈진,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므로, 생존을 위한 3단계 행동수칙인 '중단(Stop), 이동(Move), 확인(Check)'을 실천해야 한다. 필수업무가 아닌 야외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실내로 이동하며,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열대야 주의보'는 낮 동안 축적된 열기가 밤에도 해소되지 않아 발생하는 신체적 피로와 수면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상황에서 하루 이상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되며, 대도시 및 해안·도서지역은 26℃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열대야는 독거 어르신이나 만성 질환자들에게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고 건강한 사람들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열대야 주의보가 발령되면, 주변의 안부를 확인하고 냉방 기기 사용이 어려운 분들이 인근의 무더위 쉼터를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특보 체계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닌, 기후변화 시대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제도이다. 기상청이 보내는 이 신호 하나하나가 현장에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의 여름은 안전해질 수 있다. 기후위기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지만, 철저한 대비와 실천이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새로운 특보 체계가 국민의 일상을 받쳐주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기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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