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경력의 중식 전문가 박영대 셰프는 현장에서 몸소 익힌 기술을 체계적인 레시피로 정리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고자 쉰 살의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여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수상과 중식명장 선정 등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점차 사라져가는 북경오리와 불도장 같은 정통 중식 기법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셰프는 향후 대학원에 진학해 실무 경험을 이론화하고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함으로써, 정통 중화요리의 맥을 잇는 대한민국 명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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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간 주방을 지켜온 베테랑 박영대 셰프가 현재 대덕대학교에서 만학도로 공부하며 후학 양성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영대 셰프가 기념촬영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흥수 기자) |
34년간 주방을 지켜온 박영대 셰프가 다시 학생이 된 이유다. 1973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박 셰프는 지난 1993년 경기 과천의 한 음식점에서 중화요리에 입문했다. 이후 충북 청주의 대규모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중식 요리를 익혔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97년 대전 대덕구 신탄진으로 내려와 직접 중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대전 호텔ICC 등에서 근무하며 중식뿐만 아니라 한식과 일식, 양식까지 두루 익혔다.
호텔과 웨딩홀, 뷔페 주방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간 박영대 셰프는 스무 살 무렵부터 칼과 웍을 잡은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주방을 떠나지 않았다.
30여 년의 경력만 놓고 보면 더 배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쉰 살을 넘긴 그는 지난해부터 대덕대에서 만학도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홀로 요리를 하는 셰프를 넘어 세대를 잇는 셰프가 되고 싶어서다.
박 셰프가 처음 요리를 배웠던 1990년대의 주방에는 지금과 같은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었다. 선배가 칼을 어떻게 잡는지, 웍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어깨너머로 보고 따라 했다. 양념도 몇 그램이라는 숫자보다 눈대중과 손끝의 감각으로 기억했다.
박 셰프는 "우리 때는 선배들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배우다 보니 마땅히 레시피 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며 "대부분 감으로 요리했지만, 재료와 양념을 정확하게 계량해야 항상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현장 경험이 쌓이면 눈대중으로도 매번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자신의 감각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대학에서 다시 기본부터 배우기로 했다. 그는 "나중에 후학들을 가르치려면 요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정식으로 수업을 듣기로 했다"며 "수업마다 방식도 다르고, 예전에 배우지 못했던 것을 지금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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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간 주방을 지켜온 베테랑 박영대 셰프가 현재 대덕대학교에서 만학도로 공부하며 후학 양성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영대 셰프가 기념촬영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흥수 기자) |
지난 5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요리경연대회에 출전해 개인전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작품의 콘셉트는 '육·해·공'이었다. 육(陸)은 소고기를 다져 튀김으로 만든 '베챠우우육춘권', 해(海)는 새우살을 다져 키조개 관자 사이에 넣은 뒤 삶아 조림 형태로 완성한 '관자옥햐', 공(空)은 닭고기로 만든 완자탕으로 구성했다. 코스로 먹는 순서에도 이유를 뒀다. 먼저 부드러운 닭고기 완자탕으로 속을 편안하게 한 뒤 소고기 튀김을 먹고, 마지막으로 관자를 활용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도록 구성했다.
박 셰프는 "상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하나의 작품으로 설계하고 표현해 본 과정이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그의 명함에는 '중식명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사)한국음식조리문화협회로부터 받은 명장 칭호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대전시에서 선정하는 '대전시 명장', 더 나아가 국가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에도 도전하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목표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명장이라는 타이틀 너머에 있다.
바로 대학 강단이다. 박 셰프는 현재 학업을 마친 뒤 대학원에 진학해 주방에서 쌓아온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명장에 도전한 다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라며 "점차 잊혀가는 정통 중화요리를 후학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후학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정통 중화요리로 젊은 시절 몸으로 배운 '북경오리'와 '불도장'을 꼽았다.
박 셰프가 말하는 북경요리는 한 접시로 끝나지 않는다. 오리의 껍질과 살, 남은 부위까지 활용해 쌈과 볶음, 탕 등으로 이어지는 3개 코스로 완성된다. 오랜 시간과 손길이 필요한 만큼 요즘 주방에서는 정통 방식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불도장은 여러 고급 식재료를 한데 넣고 오랜 시간 쪄내는 전통 중화요리다. 박 셰프가 익힌 방식에는 잉어 부레와 오골계 뼈, 녹순, 해삼, 새우, 전복 등이 들어간다. 그는 불도장을 '중화요리의 정수'라고 표현했다. 한 가지 재료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 각각의 식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이해하고 긴 시간 동안 조화를 끌어내야 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박 셰프는 "북경오리도 그렇고 불도장도 그렇고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며 "이런 정통 중화요리들을 앞으로 후배들이 계속 이어 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익힌 조리법을 수기로 정리한 요리 노트도 두 권 가지고 있다. 아직 책으로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배운 것을 하나씩 기록해 온 결과물이다. 언젠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전할 때 이 노트들이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후학 양성은 단순히 직업의 마지막 자리를 찾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받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건넬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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