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無(없을 무), 信(믿을 신), 不(아니 불), 立(설 립/ 서다)
출전 : 論語(논어) 顏淵(안연)篇
비유 : 신뢰(信賴)가 없으면 개인이나 조직의 존립(存立)이 불가능하다.
도덕(道德)이 사라지고 충(忠), 효(孝), 예(禮) 마저 외면당하는 대한민국의 사회는 혼란(混亂) 그 자체인 듯하다. 정치 현상은 반목(反目) 상태로 원수지간이 되어가고, 사회질서는 부정과 왜곡의 상존으로 매우 어지럽고, 사람들 간에는 믿음(信賴)마저 멀어 진지가 오래다.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의심하고, 법(法)의 공정함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직 돈과 힘의 지배하에 부정과 부패가 당연한 세상이 되고 있다.
약 2500여 년 전 인류의 최대 스승인 공자는 제자(子貢)가 정치의 중요한 요소에 관하여 물었을 때. 그는 즉석에서 "족식(足食/ 풍부한 경제), 족병(足兵/ 튼튼한 국방) 민신(民信/ 상호 간의 믿음)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信은 人+言으로 짜여진 글자로서, 사람의 말은 심중에서 우러나오는 거짓 없는 것이라는 데서 "믿다."의 뜻을 나타낸다. (東亞 漢韓中辭典. 동아출판사. 1986년)
1952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 때 수도인 서울은 순식간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피난민들로 북새통인데 은행에서 빌린 사업자금을 갚겠다며 은행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한국유리공업 창업자 최태섭 회장이었다. 담당 은행 직원이 "이 난리 통에 무슨 돈을 갚겠다고 이러십니까? 우리도 서둘러 피난을 가야 하는데, 갚을 필요 없습니다"라고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최태섭 회장은 "아닙니다. 이 난리 통에 내가 죽으면 영영 돈을 갚지 못할 터인데 그러지 말고 빨리 받으십시오"라고 독촉을 하자 은행 직원은 하는 수 없이 돈을 받고 확인서 한 장을 건네주니 그는 홀가분하게 피난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최 회장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제주도에서 군부대에 생선을 납품하는 원양 어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최 회장은 사업자금 융자 신청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갔는데 마침 은행장이 전쟁 중에 빌린 돈을 기어이 갚고 간 최 회장을 바로 알아보고 두말없이 무담보로 그때 돈 2억 원을 융자해 주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지킨 신용이 아니었는데 그 덕분에 최 회장은 기업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다고 전하며, "신용(信用)은 목숨보다 소중(所重)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는 일화(逸話)가 기업인들 사이에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세계에서 신용 하나로 국가의 경쟁을 이겨 성공한 나라라고 하면 당연히 스위스다. 스위스의 상징은 '시계(時計)와 은행(銀行)' 이다. 정확(正確), 약속(約束), 신뢰(信賴)가 생명(生命)인 시계(時計)는 스위스의 상징이다. 세계의 신사들이 스위스 명품(名品) 시계를 소유하는 이유는 돈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다. 신사의 자격, 즉 신뢰를 소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어떠한가?. 역시 신뢰가 밑천이다. 세계의 부자들이 이자를 바라고 스위스 은행(銀行)에 거액(巨額)을 맡기는 것이 아니다. 신뢰를 고부가 가치(高附加價値)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1인당 GDP가 111,04달러 (세계 3위/인터넷 세계경제 참조)로 세계를 넘는 최상위 국가다. 다음 시대 천년의 먹거리를 이미 준비해 놓은 나라다. 신뢰를 자원화한 나라 스위스! 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위험한 곳에서는 어떠한 것도 믿지 말라"는 문구가 있다.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이 생긴 보호 장치도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리더십의 수양(修養)은 화려한 스펙이나 권력으로 자신의 외벽을 쌓는 방어적 태도가 아니다. 이는 기만적인 이익(利)을 비워내고 담백한 진정성(信)을 남기는 과정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돌맹이에 금칠을 하고 나아가 단단한 쇠 장식을 두르지만, 작은 충격에도 속이 텅 빈 실체를 드러내고 마는 허울뿐인 것을.
진정한 미옥(美玉)은 겉치장이나 장신구를 모두 떼어내더라도, 옥(玉)이 품은 본연의 투명함과 묵직한 결만으로 사람들에게 '진짜'라는 확신을 준다.
현명한 리더는 "나의 말과 행동에는 거짓이 없다."라는 맑은 진정성 하나로 승부한다. 권력과 재물이라는 외장재가 사라진 순간에도 사람들이 기꺼이 등을 기대고 싶어 하는 반석, 그것이 바로 신뢰(信賴)의 본질(本質)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작금에 당면한 국가 위기인 입법 횡포, 자유 민주주의 역행(부정선거), 삼권분립의 말살(검수완박) 부동산정책, 평화를 앞세운 안보의 위기, 등 총체적인 위기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국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비자(韓非子)는 千丈之堤以蟻之穴潰 百步之室以突隙之煙焚(천장지제이의지혈궤 백보지실이돌극지연분/ 천 길이나 되는 큰 제방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보나 되는 큰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말 '天下難事必作於易(천하난사필작어이/천하의 어려운 일도 필히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天下大事必作於細/천하대사필작어세/천하의 큰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혼란한 현세를 살아가는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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