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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기자 |
식당에 들어오면 테이블을 한 자리씩 돌며 주민 모두에게 허리를 숙였다.
행사장과 시장은 물론 골목 작은 가게까지 찾아다니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6월 4일 당선이 확정되자 풍경이 달라졌다.
같은 식당에 들어와도 주민과 눈을 맞추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민원 이야기가 나올까 봐 인사를 피한다는 말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주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정치인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선거 전에는 소중한 유권자로 대하다가 당선 뒤에는 피하고 싶은 민원인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모든 테이블을 돌았다면, 당선 뒤에는 더 먼저 주민에게 다가가야 정상이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산청군의회 안천원·신동복·이종섭 의원처럼 주민 전화를 받고, 민원이 되든 안 되든 결과와 이유를 알려주는 의원들도 있다.
주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부탁을 무조건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제기된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가능한지 살펴본 뒤 어렵다면 그 이유와 대안을 책임 있게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정기 주민상담일을 만들고, 접수한 민원 처리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공약 추진율과 출석·표결·예산심사 기록도 주민이 쉽게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전 인사는 표를 얻기 위한 행동일 수 있지만, 당선 뒤 인사는 주민을 섬기는 정치의 기본이다.
식당의 모든 자리를 돌던 후보가 당선 뒤 주민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다면, 주민은 자신이 이용당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악수하던 손을 거두고 주민의 눈을 피하는 순간, 당선자의 진짜 얼굴은 비로소 드러난다.
산청=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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