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 수도권

9월 ‘비우는 여행지…경기도 쉼터 6곳 선정

숙박부터 숲길까지 경기도 '비움 여행지'

이인국 기자

이인국 기자

  • 승인 2026-08-31 14:31
의정부 직동근린공원(2)
의정부 직동근린공원(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개 '무엇을 할 것인가'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먹고, 어떤 체험을 할지를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9월 여행지를 경기도가 추천하는 '비움 여행'은 관광지를 많이 둘러보는 대신 일상의 속도를 낮추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초점을 둔 여행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 걸을 수 있는 숲부터 한옥에서 머무는 하룻밤,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가까운 곳에서 짧게 쉬고 싶은 사람부터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까지, 자신의 상태에 맞춰 고를 수 있는 경기도의 6개 여행지를 살펴봤다.



■ 시간이 많지 않다면 '동네 숲'부터…의정부 직동근린공원

여행을 위해 반드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정부 도심에 있는 직동근린공원은 생활권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칸타빌라정원과 청파원, 힐빙정원, 피크닉정원 등 테마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축구장과 다목적 체육시설, 어린이 야외체험장, 야외공연장 등도 갖췄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이 '비움'이라면 여러 시설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사패산 일대 안골계곡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도심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숲의 고요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잠시 쉬어야 한다면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찾는 것, 그것이 직동근린공원이 제안하는 여행법이다.

부천 자연생태공원(2)
부천 자연생태공원(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초록 속으로…부천 자연생태공원

조금 더 다양한 자연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부천 자연생태공원이 있다.

수목원과 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을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부천무릉도원수목원에는 여러 테마 정원이 조성돼 있다.

약 2㎞에 이르는 무장애 데크 길 '누구나 숲길'도 이곳의 특징이다. 하루의 시간을 길게 활용하고 싶다면 저녁까지 머무는 방법도 있다. 야간 관광 콘텐츠 '부천 루미나래 도화몽'이 수목원 산책로와 데크 숲길을 따라 빛과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자연의 초록을 바라보고, 해가 진 뒤에는 빛으로 달라진 공간을 걷는 일정이다.

수원 남수헌(2)
수원 남수원 (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밤'이 필요하다면…수원 남수헌

수원에서는 여행의 속도를 아예 늦출 수 있다.

수원화성 성곽 안쪽 남수동 골목에 자리한 남수헌은 2026년 8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한옥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안채와 사랑채, 별당채가 중정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으며 전통적인 한옥 분위기에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더했다.

12개 객실 가운데 일부에는 다실과 마당, 프라이빗 온탕 등이 마련됐다.

숙박이 부담스럽다면 갤러리카페와 한옥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시를 보고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잠시 머물 수 있다.

수원화성을 천천히 둘러본 뒤 한옥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정이라면 '많이 하는 여행' 대신 머무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포천 국립수목원(2)
포천 국립수목원(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 숲이 가진 시간을 만나고 싶다면…포천 국립수목원

자연의 규모가 주는 압도감을 느끼고 싶다면 포천 국립수목원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을 기반으로 한다. 조선 세조 때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오랜 기간 보호돼 온 숲이며, 현재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나무가 늘어선 길이나 육림호 주변을 걷다 보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산림박물관과 산림생물표본관도 마련돼 있어 숲의 생태와 보전 가치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많은 장소를 체크하는 일이 아니다. 숲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다.

가평 잣향기푸른숲(2)
가평 잣향기푸른숲(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 숨을 깊게 고르고 싶다면…가평 잣향기푸른숲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의 긴장을 함께 풀고 싶다면 가평 잣향기푸른숲을 추천할 만하다.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에 조성된 이곳에는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다.

완만한 무장애 나눔길을 비롯해 다양한 숲길과 쉼터가 조성돼 있어 무리하지 않고 산책할 수 있다.

평상이나 벤치에 앉아 잠시 걸음을 멈추는 것도 여행의 일부가 된다. 숲체험과 산림치유, 목공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자연과 직접 교감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잣나무 숲에서의 여행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일정이라기보다 호흡과 걸음의 속도를 다시 맞추는 시간에 가깝다.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1)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 자연을 넘어 '평화'를 생각하는 여행…화성 매향리

'비움'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화성 매향리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대신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은 오랜 기간 미군 폭격훈련장이었던 매향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평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폭격훈련으로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사격장 폐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다. 붉은 벽돌과 자연광을 활용한 공간 구성은 관람객이 차분하게 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매향리평화생태공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을 따라 걷는 과정에서 '평화로운 일상'이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짚어볼 수 있다.

■ 9월의 여행,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내려놓을까'

경기도가 소개한 6곳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행의 방향은 하나로 이어진다.

가까운 공원에서는 이동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고, 생태공원에서는 자연과 함께 머물 수 있다. 한옥에서는 하루의 속도를 늦추고, 오래된 숲에서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뒤로 미룰 수 있다.

잣나무숲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매향리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역사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번 9월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묻는 대신 얼마나 잘 쉬었는지, 얼마나 천천히 걸었는지, 잠시라도 일상의 소음을 내려놓았는지를 돌아보는 여행이다. 경기=이인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