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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명희 교수 |
하지만 우리는 매일 그들의 노동에 의존하면서도,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이름도 언어도 다른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소중한 동력이 됐다. 우리는 매일 그들의 노동 덕분에 작동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들을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머물게 할 뿐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품어내는 데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구조 속에서 생산가능인구의 절벽을 맞이한 대한민국에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잠시 머물다 가는 임시 인력이 아니라 경제와 지역사회를 떠받치는 현실적인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복지를 제공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소모적인 이분법을 넘어, 어떤 원칙과 합리적 기준으로 복지를 설계해야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엄중한 화두에 대한 다섯가지 현실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임시 인력이 아닌 필수적인 구성원이다. 이제는 '복지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복지를 설계해야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한 5가지 사회적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력 부족과 외국인 노동자는 선택이 아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조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유례없는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산업 현장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생산가능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제조업, 농어업, 건설업, 돌봄 서비스 분야는 내국인 인력만으로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붕괴 위기의 지역 경제와 중소기업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필요할 때만 쓰고 외면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의 수용과 관리를 국가 생존의 과제로 다뤄야 한다.
둘째, 노동권과 인간다운 생활은 국적을 앞서는 인간의 존엄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경제 주체로 인정한다면, 그들의 노동 환경 또한 인간의 존엄이라는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감정적인 인권론을 넘어 현장의 노동권 보장은 산업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들의 노동 환경 또한 인간의 존엄성 틀 안에서 보장받아야 한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열악한 주거 환경, 의료 접근성 부재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국적과 무관한 보편적 가치다.
셋째, 복지의 형평성과 국민적 합의는 국가 책임의 합리적 범위다.
기본권 보장과 무조건적 복지 제공은 구분돼야 합니다. 내국인의 형평성 인식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단계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본권보장는 조건 없이 제공해야 한다. 사회보험 적용은 세금 및 보험료 납부에 따라, 적응 및 정착지원 등은 필수 제공하되 장기정착복지는 체류 자격과 사회적 기여도를 검토해 신중히 확대해야 한다.
넷째, 권리와 책임이 함께하는 상호책임의 원칙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는 국가, 기업, 지방정부, 외국인 노동자 모두가 책임을 다할 때 완성된다. 국가는 인권을 보호하고, 기업은 정당한 임금과 안전을 보장하며, 지자체는 생활 편의를 지원해야 한다. 이에 대응해 외국인 노동자 역시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세금과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야 한다.
다섯째,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통합은 단순 관리를 넘어 구성원으로 외국인 복지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 혜택이나 관리가 아닌 '사회통합'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경계의 대상이나 단순 인력으로만 둔다면, 언어·문화적 격차로 인한 다문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외국인 주민'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한국어 및 문화 교육, 자녀들의 안정적인 공교육 진입 지원, 지역 주민과의 상호 이해 프로그램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시대적 과제는 그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단순히 '외국인에게 무엇을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있다. 서로가 책임을 다하고 존재와 존엄을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성숙한 포용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권명희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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