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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근 이사장 |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은 단순히 유물 한두점을 주고받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 식민 지배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피해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식민주의 청산'의 핵심적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거대한 식민지를 경영했던 유럽의 주요 약탈국들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언 이후 아프리카 베냉과 세네갈 등의 약탈 문화유산을 공식 반환하며 유산 회복의 물꼬를 텄다.
네덜란드 역시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수백 점의 보물을 조건 없이 반환하며 과거사 성찰의 모범을 보였고, 독일은 나이지리아의 베냉 청동기들을 대거 반환하며 유산 청산이 인류 보편의 정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들 국가가 유산을 돌려주는 이유는 식민주의라는 반인륜적 왜곡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동반자적 국제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도덕적 각성과 책임감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피탈국들은 민간단체와 정부, 다양한 학계의 연대를 통해 불법 반출의 역사적 증거를 과학적으로 고증하고, 국제기구인 유네스코(UNESCO) 및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약탈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제 문화유산의 환수는 시혜적 조치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평화와 정의를 위한 당당한 권리 주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식민주의 청산 흐름 속에서 유독 시대착오적인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국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 수많은 국보급 문화유산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약탈해 간 일본은 여전히 반환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청구권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법적 기술주의 뒤에 숨어, 문화유산 환수 요구를 원천 차단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태도는 문화유산의 성격을 오직 '소유권'이라는 사법적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옹졸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문화유산은 소유의 대상이기 전에 한 민족의 정신과 역사가 깃든 생명체다. 서구 열강들이 법적 시효나 소유권을 따지기 전에 '역사적 정의'를 먼저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일본은 도쿄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된 조선왕실의 투구와 갑옷, 명성황후 살해 현장에서 전리품으로 약탈한 풍혈반 등 오구라 수집품을 비롯해 수많은 우리 유산의 소장 경위를 은폐하거나 민간 소유라는 핑계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진정 어린 반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국제사회의 문화유산 원상회복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다. 일본국이 진정으로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원한다면, 서구 사회가 보여준 역사적 성찰의 길을 따라야 한다. 법리적 핑계와 외교적 회피로 일관하는 태도를 버리고, 식민주의 청산이라는 인류 보편의 정의 앞에 당당히 서서 한반도 피탈 문화유산의 조건 없는 원상회복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것만이 일본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다./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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