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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들개 공포 해소는 반려견→들개 악순환 끊어야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9-01-22 16:26

신문게재 2019-01-23 23면

도심을 활보하는 들개 공포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어 들개 포획에 나서는 등 들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들의 정체는 사실 들개라기보다는 유기견들이 야생에 적응해 공격성을 지니면서 들개로 돌변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들개로 인한 피해는 가축은 물론 심지어 사람들까지 속수무책에 가까워 불안감을 더한다.

도심에 들개가 출몰해 불안하다는 주민 신고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천 서구에는 이달 들어서 5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충북 옥천군 청성면의 한 농장에는 지난 3일 오전 들개로 추정되는 큰 개가 침입해 닭 23마리와 토끼 25마리를 물어 죽이고 달아났다. 옥천군 들개 출몰 피해는 앞서 2년 전에도 있었다. 군서면 한우 농장에 들개 3마리가 들이닥쳐 체중이 250㎏ 나가는 암소 1마리를 물어 죽이는가 하면, 인근 농장에서는 키우던 닭이 들개의 공격을 받아 떼죽음을 당했다. 재작년 5월에는 제주의 한 초등학교 생태체험장을 연거푸 습격하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에 나선 40대 여성은 들개 6마리의 공격을 받아 오른손을 물려 봉합 수술을 받았다.



사람도 해칠 만큼 공격성이 강한 들개를 잡기란 쉽지 않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들개는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생포만 가능한데 이미 야생에 길든 유기견들은 경계심이 많고 영리한 데다 민첩해 포획틀을 이용해 생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마취총으로 포획하는 것은 유효 사정거리가 짧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반려견으로 태어나 유기견, 그리고 야생성을 지닌 들개로 돌변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그렇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들개 공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려견에서 들개로 돌변하는 악순환을 막는 게 들개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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