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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읍·면 중심지 르네상스 프로젝트 제안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9-03-11 11:02
  • 수정 2019-04-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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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섭 교수

과거 읍과 면의 중심지는 농어촌 공동체의 핵심 공간이었다. 면 단위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읍 단위에는 고등학교도 입지하게 마련이었고, 출생신고를 비롯해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읍·면사무소가 자리하는 장소였다. 큰 규모는 아니어도 상설시장이 위치하고 대개 5일마다 장이 열려 물건과 정보를 교류할 뿐만 아니라 영화상영이나 마당놀이가 펼쳐지는 문화와 레저공간으로 역할하기도 하였다.

어느 틈엔가 번영을 누리던 읍과 면의 중심지는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웬만한 행정서비스는 온라인으로 해결됨에 따라 읍·면사무소는 복지업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오일장은 군청소재지의 아웃렛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학교도 점점 규모가 작아지더니 이제는 많은 곳에서 폐교를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시골 마을의 상황은 어떤가? 청년을 구경하기가 힘들고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이 마을을 지킨다. 일부 읍 지역을 제외하곤 노령화지수가 매우 높고 따라서 노년부양비도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고 주인이 떠난 공가는 점점 흉물로 변해간다.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어렵사리 하루에 몇 집씩 방문하고 집배원도 고달프게 시골길을 드나든다. 어쩌다 응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병원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적절한 처치를 놓치게 될 경우 큰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간 소위 지방소멸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인구감소, 행정서비스 축소, 유휴농지 증가와 농사 포기, 공가 증가, 학교 폐교, 공동체 파괴 등의 일련의 과정은 지방소멸현상의 전형적 특징이다.

시골생활의 외로움도 문제다. ‘Maslow’의 욕구단계론에 따르면, 사람이 생리적 필요와 안전문제를 해결하면 그다음으로 찾는 것이 애정 욕구라고 한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시골에 사는 노인 또는 홀로 사는 사람들이 가족이나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하지만, 현실 여건은 녹록지 않아 고독한 삶이 농어촌에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노년에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는데 점차 독거노인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며 종종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 현상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공간을 축소하여 사용하는 'Compact City' 개념을 새로운 공간운영 방식으로 채택해나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도시를 압축적으로 개발해 경제적 효율성과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을 고밀도 중심지로 개발하여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고, 그 외의 지역은 녹지로 조성하는 등 공간을 재편하는 정책을 말한다.

농어촌 마을의 고령 또는 희망인구를 읍·면의 시내로 이주시켜 효율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무너져가는 읍과 면의 경제와 사회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지방소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내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재배치해 유지운영의 효율성을 담보하고,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응해 공공시설을 규모화하고 복합화하면 다양하고 더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음에 따라 농어촌 생활도 더욱 윤택해지고 만족도도 늘어날 것이다.

시골 마을 곳곳의 낙후된 지역에 산재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과 주민들을 읍과 면의 시내로 이주시켜 행정효율을 꾀하고 주민복지 서비스를 높이고 읍·면 중심지를 활성화하는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전 지역을 공간적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다. Compact City를 지향함으로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경작지는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환경보존을 도모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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