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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KTX 서대전역 갈등의 해법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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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1 14:26

신문게재 2015-01-22 18면

철도를 빼고 대전의 도시 발달사를 말할 수 없다. 일제가 경부철도를 놓으면서(1899~1905년) 그은 시안에는 전의-공주-논산-은진-금산 노선이 들어 있었다. 말[馬]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공주 유생의 반대로 대전으로 우회했다는 부풀려진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군사적 효율성과 건설비 절감이 우선이었다. 호남선 부설(1910~1914) 과정의 기존 경부선 활용도 비용과 시간 측면의 고려였다.

이어지는 속설은 더 있다. 공주, 금산 등 기존 도시를 일부러 배제해 기차가 한촌인 대전 벌판을 지났다는 것이다. '호구 조희(稠晞)', '전야(田野) 광협' 등 진짜 기준이 따로 있었다. 경의·경부선의 서북-동남 중심축이 특정지역 차별이라는 것도 그냥 '설'이다. 지금이야 백두대간 설국열차도 있지만, 당시는 동쪽에 척추처럼 늘어진 백두대간을 가로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사례들에 나타난 곡해와 왜곡이 대전, 충남, 충북, 세종, 전북, 전남, 광주가 옥신각신하는 KTX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서는 없어야 한다. 기득권을 고스란히 달라는 읍소가 아님에도 호남권은 1시간 33분이 걸리는 서울 용산~광주 송정 노선이 45분 추가되니 “본질 훼손”이라며 반대다. 충북은 서대전역을 거치면 오송역의 새 분기역 기능이 손상될까봐 반대한다. 공주, 논산, 계룡, 부여, 청양과의 접근성 등 남공주역 활성화까지 떠안은 충남은 계룡역의 국방적 특수성을 들어 서대전역 정차에 찬성하나 미묘한 프리즘의 차이는 있다.

7개 지역의 갈등과 파워게임 속에서 만시지탄이 요즘처럼 클 때가 없다. 2000년대 초반 분기역 논의 때 앉아 구경하던 지역 정치권의 '원죄'다. 상생 해법으로 호남선 운행 총량 증편이 제시된 것은 좀 뒤늦다. 인구 밀집도나 여객 수송량을 감안해도 경부선 70%는 또 다른 편중이다. 차원을 달리해 보면, 동일 목적지의 다른 경로 노선으로 여러 지역이 철도교통 혜택을 받는 것이 '상생'이다. 수면 아래의 KTX 세종역 신설론 또한 이 같은 시각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고속철도 기능 유지가 “무조건 빨리”에 있다는 단일한 관점에 빠지지 않는다면 노선 다양화를 '균형발전'에 활용할 수도 있겠다.

맞고 틀림이 아니다. 똑같은 사안을 보는 7개 지자체 입장이 다르니 시각이 다르고 견해차가 드러난 것이다. 저속철이 된다며 서대전역을 모르쇠 하던 광주시가 37분이 추가되는 KTX 광주역 진입을 요구한 것도 그쪽 입장에서는 가치판단이다. 광주역이 거점역 지위를 잃은 뒤의 구도심 쇠락 걱정 때문인데, 이는 대전과 동병상련의 일면이기도 하다.

모든 것에서 비껴나 국토 전체의 매끄러운 순환만 생각해도 운행 편수 20%는 적다. 대전 '입장'에서는 서대전역 80% 정차 감축의 의미다. 서대전역, 논산역, 계룡역은 1년 이용객 700여만명으로 호남선의 30%를 점유한다. KTX 전 구간 이용객 660만명 중 대전권이 190만명이다. 기존 노선 개량으로 표정속도를 올려 증편해야 편의성과 수요(수익성) 면에서 합리적이다. 대전시는 50% 증편을 요구하고 있다. 서대전역 우회 운행이 호남의 주장처럼 호남권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보지 않는다. 정히 그런다면, 서대전역 미경유가 대전권 주민 무시 아닌가.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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