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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 프리즘]예결위원의 칼과 숟갈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 승인 2015-05-27 13:05

신문게재 2015-05-28 18면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지역 입장이 반영된 예산 편성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돈줄을 쥔 예산결산위원 다수 확보가 첫 번째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야 예결위원 총 정원 50명에 새누리당 예결위원 희망자만 71명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엔간한 지역구 초·재선 의원은 '한 숟갈' 하자고 나선다고 보면 된다. 예산안 최종 칼질 담당인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정책·공약 개발, 지역구 예산 확보에 유리해 꿀보직으로 간주된다.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밀실에서 예산 확보가 가능한 자리다.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예산소위에서 대전, 세종, 충북은 광주, 울산과 함께 배제된 상태였다. 전문성보다 시·도당 등 지역적 안배가 우선이라 국정 운영·통제·감독 메커니즘 작동도 어렵다. 재정규모 700억원에 불과하던 1963년에 마련된 이 같은 제도는 언제고 손봐야 할 형편이다. 적재적소에 피 같은 국민 세금을 쓴다는 개념은 증발되고 지역구의 관점만 남아 '양날의 칼' 같을 때도 있다. 물론 지역 입장에서 국비 확보는 절실하다.

이런 사정이고 보니 지역현안 예산 확보에 동일 권역 출신끼리 품앗이하기도 한다. 예산소위의 클라이맥스는 쪽지예산이다. 지역·민원사업에 대해 쪽지를 보내 끼워 넣는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내일(29일)로 임기가 다한 홍문표 예결위원장이 선언하듯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쪽지 예산은 없다.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예산 편성이 원칙이다.” 실제는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달라는 예산 외에) 충청권에 4조원 이상 더 간” 것을 자랑삼기도 했다. 다른 공과는 몰라도 위원장을 맡아 영호남 중심의 그릇된 예산 관행을 깬 일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누가 맡든 한시적인 예결위의 예산 심의는 정부가 지은 고봉밥을 덜고 내 지역구 밥 한 숟가락 담는 격이다. 단도직입적인 예로 2015년 정부예산안 376조원에서 3조6000억원을 깎고 늘린 3조원 안에 예산소위 의원들 밥술이 얹혀 있다. 예산 편성 권한이 행정부 아닌 의회에 있는 미국처럼 밥 한 공기 온전히 짓지도 못한다. 미비할수록 칼 같은 원칙이 있어야 표심만 보는 공약과 입법과 예산이 발붙일 틈이 줄어든다. 전체를 못 보면 해법은 안 보인다. 이것이 예산 심의다.

따라서 어떤 점에서 경직성 예산 칼질과 정치성 예산의 가지치기가 생명인 심의는 중국요리의 칼질(刀工)을 닮았다. 조리의 요구와 재료 성질에 맞아야 한다. 영양분 유지에 힘쓰고 재료를 합리적으로 써서 낭비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재료선택(選料) 및 배합(配料), 칼질(刀工), 조미(調味)와 조리(火候) 각 단계가 조화로워야 한다. 뺏기 아니면 뺏기기라는 대립적 구조에 선심예산과 무딘 칼춤이 난무하는 현 체제에서는 아름다운 이상론처럼 들리는 원칙들이다.

지역예산을 포함한 모든 예산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칼과 가위'의 쓰임새가 나타난다. 다른 지역 의원 손에 난도질당하지 않게 방어해야 하는 중압감이 용납하지 않을 뿐이다. 충청권 출신 위원장도 하차하는 만큼 30일 새 임기가 개시되는 예결위원 50명에 충청권 의원 5, 6명은 들어가야 한다. 지역 안배가 불가피하다면 엄정한 안배가 정치의 묘수일 것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을 요리할 예결위원과 소위 위원 선임에서 각 당 원내 사령탑이 충청권을 배려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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