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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미래 준비하는 항공우주 R&D 돼야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 승인 2016-08-25 13:56

신문게재 2016-08-26 23면

▲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2011년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엔진제작업체 GE(General Electric)는 프랑스 파리에 소프트웨어 센터를 세웠다. 자사가 제작한 항공 엔진 데이터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곳이다. 이 자료들은 항공기 엔진의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사용됐다. 수 십 년 된 항공기 하드웨어 기술이 모바일 인터넷, 센서 등의 디지털기술과 만나 새로운 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GE는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 방식에 주력 했던 회사가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려 성공의 길을 찾고 엔진 유지보수 등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1, 2, 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차량, 3D 프린팅, 나노 기술, 에너지 저장, 양자컴퓨팅 등의 기술이 융합·발전하여 나타났다.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면서도 작고 강력해진 센서, 소프트파워를 통한 지능형 제품 등으로 특징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GE의 사례와 같이 다양한 융합과 기술의 응용이 일어나고 있다. 맹렬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초고압의 로켓엔진을 3D 프린터로 찍어 내고, 수백기의 소형 위성이나 드론을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벌어진다. 이런 시도는 곧장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전통적인 우주개발 산업체들이 그 주인공이 아니다. IT기업, 통신기업, 서비스기업, 유통기업 등 전통적으로 다른 영역에 있었던 산업 주체들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기술도 4차 산업혁명시대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인지하고 적용하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기술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총 13기를 인공위성을 개발했고, 다목적실용위성 6·7호, 차세대 중·소형위성, 정지궤도복합위성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달 탐사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의 75t 엔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도 진행 중이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가지고 단 기간에 이뤄낸 커다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주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임무 달성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개발 중심이었다. 모방적 연구개발 단계에서 벗어나 탈추격형(post catch-up) 기술혁신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면, 미래를 위한 선행 기술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나로호 개발사업 당시 항우(연) 내부적으로 30톤급 액체엔진의 연소기와 터보펌프 등 구성품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180여명에 불과한 인원 중 일부를 미래 준비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다. 이 선행연구가 현재 한국형발사체 7t급 및 75t급 엔진의 기반이 됐다. 마찬가지로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를 앞으로 정지궤도 위성 발사나 우주 탐사 등에 활용할 대형·고효율 발사체로 향상시켜 가기 위한 선행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위성 분야에서도 국가 임무수요에 의한 위성 개발에 진력하는 한편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소수 기술국이 막 시작한 정지궤도 위성의 관측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항공분야에서도 개인용 항공기, 친환경 항공기 등 미래형 비행체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가 항공 부품 산업에 적극적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규모, 속도, 범위 면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이런 거대한 물결에 올라 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더 멀리, 더 넓게 보고 더 창의적인 시도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정부출연연은 국가 미래성장을 위한 원천기술 창출기지이기 때문이다.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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