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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

  • 승인 2016-10-24 16:13

신문게재 2016-10-25 23면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카드’를 꺼내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년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임기 내에 헌법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추진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며“개헌 불가”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대해선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가진 대립과 분열 등 구조적 한계를 바꿔야 한다는 명분론과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둘러싼 최순실 개입 의혹으로 인한 국정마비 우려가 배경이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헌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정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날 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돼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개헌이 권력구조 개편에 있음을 시사했다.

야당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개헌정국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되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 내 헌법개정 완수”를 말했지만 당장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촉박하다.

박 대통령의 제안과 동시에 ‘개헌 정국’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현정부 임기말과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선 안된다. 개헌 논의는 국민적 여론과 충분한 공감대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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