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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오늘과 내일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 승인 2017-02-02 11:23

신문게재 2017-02-03 23면

▲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내일에 대해 기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 사회는 희망적일 수 없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현실에서 빠져나갈 수 없고 내일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상관없이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일이라는 단어도 나와 함께 안개속에 갇히고 만다.

삶에서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때 국민들은 오늘과 내일의 간극을 줄여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래서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 채고 오늘보다는 내일을 더 강조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경영하겠다고 나선 지도자 중에 오늘은 피하고 내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런 지도자에게 국민들의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바람일지 모르겠다.

지도자라면 국민들에게 오늘을 이야기 해야하고 국민들은 그런 오늘을 통해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렇게 두 마음이 일치할 때 국민의 내일과 지도자의 내일이 일치하고 국민들 입에서 태평성대(太平聖代)까지는 부르지 않더라도 오늘을 슬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도자의 내일에 대한 달콤한 이야기를 적당히 접어두고 때로는 잊어주는 일을 반복하면서 오늘까지 왔다. 우리의 삶에서 지도자가 얼나마 중요한지 안다면 오늘과 내일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때다. 그런 지도자를 찾아야 작년 11월부터 광장에서 외친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을 경영할 수 있다.

청소년부터 청년, 중년, 장년층까지 한 목소리로 한국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내일에 대한 희망을 바랄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가 한국사회의 문제를 알고 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할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 있다고 생각하니까 새해가 시작되었는데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전두환 군부세력 이후 우리는 어찌되었든 국민들 손으로 지도자를 뽑았고 그런 지도자의 내일에 대한 청사진을 믿고 살아왔다. 그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다를 수 있지만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행복했고 그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국민들의 기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지도자를 생각하면 그들은 역사를 두려워 했고 국민들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마음에 품었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들은 내일을 이야기하며 살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반대로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오늘을 이야기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내일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만난 내일은 어땠는가. 오늘과 내일이 별 차이가 없었고 오늘보다 못한 내일을 더 많이 만나야 했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다. 오늘 행복하게 해 줄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늘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 지도자는 내일에 대한 희망 이야기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국민과 지도자가 내일에 대해 서로 일치할 수 없다면 오늘이라도 일치시키는데 노력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내일을 꿈꾸다 절망하고 무너진 국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안다면 말이다. 무작정 내일을 이야기해서 더 이상 헛된 꿈을 심어줘 절망한 나머지 내일 뜨는 해를 기다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오늘도 우리의 삶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거라 믿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지길 바라면서 달력을 넘긴다. 이런 꿈이라도 꾸지 않는다면 하루가 퍽퍽할 수밖에 없다. 걷는 길이 질퍽하면 질퍽할수록 이런 믿음은 강해진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정유년 새해에는 병신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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