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좋은 전시와 질 좋은 강의 제공하는 것이 꿈 ”

정성직 기자

정성직 기자

  • 승인 2017-07-18 17:00

신문게재 2017-07-19 11면


정경애 보다 아트센터 관장
5분의 4가 기획전인 갤러리…시민대상 인문학 무료강좌 운영
“사회에 하는 삶…내 분야에 작은 힘 보태는 삶 살고 싶어”


유성구 도룡동에 자리잡은 보다아트센터는 연중 전시기간 중 5분의 4가 기획전인 갤러리다.

매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도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인 ‘이 작가를 주목하라-헤드라이트’ 전은 일반적인 개인 갤러리의 개념을 뛰어 넘어 공적인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계의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매해 띠를 주제로 열리는 ‘12지전’역시 보다아트센터만의 메인 전시다.

그림을 사고 파는 일반적인 화랑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말그대로‘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정경애 보다아트센터 관장을 만나 이번 전시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이 작가를 주목하라 헤드라이트 전 2회를 개막했다. 지역화랑에서 기획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가는 기획전인데 이 전시를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배재대와 충남대에서 10년 넘게 서양미술사 강의를 했다. 일반인 대상으로도 서양미술사 강의를 꾸준히 했는데 운이 좋게도 인기가 있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할 때는 한반에 70명씩 4개반을 운영했는데도 강좌를 듣기 위해 3년을 기다렸다는 분들이 계실 정도였다.

이렇게 강의가 인기를 얻다 보니 내가 꿈꾸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지금 말하는 소위 융복합교육이었는데 그래서 6년 전에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고, 2013년에 갤러리와 아카데미를 겸한 아트센터를 개관하게 됐다.

갤러리 운영을 쉽게 생각한 탓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갤러리 운영에 있어‘그림을 판다는 것’이 필수과목이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고의 학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나이 마흔에 공부를 했는데도 강의로 성공했으니 과분한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자’같은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그 후 1년간의 준비 끝에 작가들에게 예술의 길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대중에게는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볼 수 있는 헤드라이트 전을 기획하게 됐다.

헤드라이트 전은 기본적으로 3년을 지원하는 전시다. 3년을 함께 전시하고 서로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보낸다면 작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굳은 결심으로 바뀔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대전 지역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작가들이다. 충남대, 목원대, 한남대, 배재대에서 한국화, 서양화, 조각을 전공한 졸업생 중에서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전원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교단에서 강의를 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그 학교 그 과의 최고의 유망주이자 기대주라 할 수 있다.



-‘헤드라이트 전’외에도 올 초 기획전시공모전으로 ‘다다닭’을 열기도 했다. 대관이 유난히 많다.

▲1년중 5분의 4정도가 기획전이다. 한국화부터 섬유, 도자기, 공예 등 모든 분야의 기획전은 한번씩은 다 전시한 것 같다.

‘헤드라이트전’과 띠를 주제로 한 ‘12지전’은 보다의 메인 전시로 끌고 갈 생각이다.

아트센터를 연 것보다 갤러리와 교육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기여하는 공간으로 보다아트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지역 미술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대중을 통해 심판 받는다. 예술은 관람객에게 맞추기보다는 관람객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요즘의 작가들은 이 시간을 힘들어한다. 작가의 내면이 결여된 작품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다. 미술시장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에 대해 엄한 잣대를 바란다.

이와 함께 컬렉터는 안목과 경제력이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그동안 종사했던 분야가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운동이나 오락 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에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질좋은 수요자를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위한 질좋은 교육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물론 여러 곳에서 여러 종류의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누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유익하고 편하고 합리적인 교육을 원한다. 무조건 사 달라는 것보다는 그들이 훌륭한 컬렉터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전시 기획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중앙과 지역미술의 한계는 어디에서 비롯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예술가를 배출하는 대학의 역할이 참으로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전은 각 대학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전시가 없다.

보다아트센터가 2015년 ‘현대미술의 봄’이라는 타이틀로 대전의 작가들을 위한 대규모 전시를 열었지만, 이외에는 이렇다 할 전시가 없었다.

대전은 기획의 불모지다. 기획의 수고와 어려움을 알아주는 사람도 열악함 속에서도 열정을 보여주는 기획자도 별로 없다. 대학간 교류, 교수들간 교류, 학생들간 교류, 작가와의 교류가 진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보다아트센터 관장으로서, 인간 정경애로서의 계획은?

▲고등학교가 풍문여고였는데 등ㆍ하교를 하려면 늘 인사동을 거쳐야 했다.

본의아니게 항상 갤러리를 드나들어야 했고, 홍대 미대를 다닌 친언니로 인해 고등학생 신분에도 운이 좋게도 저녁마다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올케와 언니, 그리고 남편이 화가인 것은 어찌보면 미술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늦은 공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하고 돈도 벌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그리고 지금까지 받은 운은 부채감으로 느끼며 앞으로는 더욱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분야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대담=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정리=정성직ㆍ사진=이성희 기자



◇정경애 관장은?

-학력

1972~1975 풍문여자고등학교

1975~1979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

1999~2012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강의

배재대 미술대학 회화과 출강(2003~2009)

충남대 예술대학 회화과 출강(2005~2014)

-활동

정경애미술사교육연구소소장(2012)

보다아트센터관장(2013~)

타임월드 문화센터, 기업, 연구소, 학교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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