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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치매 국가책임제, 왜 필요한가?

임붕순 기자

임붕순 기자

  • 승인 2017-10-12 08:55
건보
이경희 씨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필자가 얼마 전 만나게 된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다.

장기요양서비스 신청서를 접수하고 어르신 댁을 방문하니 호미, 곡괭이, 낫 등의 농기구들이 방안에 가득했고, 보호자인 할머니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깜짝 놀라 어찌된 연유인지 여쭤보니 할아버지가 치매가 있어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농기구를 방안에 들여놓고 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누구랑 놀고 왔냐며 의심하고 때린단다.

이렇듯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 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을 받는 심각한 질환이다. 2016년 기준 전국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68만 6천명으로, 이는 노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치매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치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치매는 이제 더 이상 환자와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과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속적으로 장기요양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장기요양기관 확충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는 경증 치매환자들이 장기요양 제도권 안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 5등급을 신설하여 전문 치매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경증 치매환자들이 중증치매로 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국정철학 및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치매 국가 책임제'를 선언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고령 사회를 맞아 급증하는 치매질환을 국가가 맡아 관리하기 위한 보건의료 정책으로 치매환자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용을 살펴보면, 치매조기검진 및 치매환자의 잔존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 확대, 중증치매환자에 대한 진료비 90% 급여 적용으로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중증치매 산정특례' 적용, 중증치매환자와 경증치매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치매 안심형 장기요양시설' 확충 등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정책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치매는 가족의 힘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한 가정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으로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은 행복할 권리를 잃은 지 오래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함께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안전장치다. 이경희 건강보험 장기요양서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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