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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96. 당신은 1번

외교는 전쟁이다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7-11-10 00:00
'터프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온 그는 국회에서 북한을 맹공하면서도 우리에겐 시종일관 칭찬하는 연설을 했다. 덕분에 22번이나 되는 박수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대저 연설을 함에 있어 박수가 없고 반응마저 시큰둥하다면 그것처럼 맥이 빠지는 게 또 없다. 어쨌거나 우리가 우려했던 소위 '코리아 패싱'은 불식되었고,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까지 해제하는 '2017 개정 미사일 지침'을 최종 합의함에 따라 성공적 외교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방한일정을 마친 트럼프는 곧장 중국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자금성(紫禁城)을 텅 비우면서까지 트럼프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시진핑 국가주석은 정중히 손님을 맞았다. '자금성'은 자주색의 금지된 성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고관대작(高官大爵)이 아닌 경우엔 원천적으로 출입이 불가능했다. 중국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궁궐 자금성은 명나라와 청나라 두 왕조 시대의 핵심이었다. 중국여행을 간 사람들이 만리장성과 더불어 꼭 보고 온다는 자금성은 그 규모가 가히 압도적이다.

시진핑은 여길 비우면서까지 트럼프를 맞이하는 파격을 보였는데 이는 물론 '외교는 전쟁이다'라는 인식의 기조에서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 결코 꿇리지 않으리라는 어떤 결기의 표출이지 싶었다. 반면 우리는 어떠했던가?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 후 숙소로 돌아가던 중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반미 시위대가 던진 쓰레기 따위들로 말미암아 반대차선으로 역주행해야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의 반미주의자(현상)들을 어찌 생각했을까!

광화문광장에는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상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따라서 이곳을 중국에 견주어 본다면 '자금성'의 품격 쯤 되는 셈이다. 물론 중국은 철저한 공산국가인 까닭에 우리처럼 시위를 벌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시위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뒤숭숭한 안보위기의 즈음에 있어 자칫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까지 덩달아 실추시켰을 수도 있었을 반미 시위는 없는 게 낫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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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선의 국왕들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밤 11시까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노심초사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숱한 외침을 당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비무환의 국방력 제고 부재와 더불어 고질적 붕당(朋黨)정치의 폐해, 그리고 통일되지 않은 국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친미, 반미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고찰이 우선돼야 하는 건 국민적 상식이다. 지난 10월에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에도 나오지만 국력이 약하면 언제든 외침은 거듭되는 법이다.

"당신은 1번 언제나 1번 내 사랑 당신이에요 ~ 휴대폰 속에 내 마음 속에 1번은 당신이에요 ~" 조규철이 부른 <당신은 1번>이란 가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을 막자면 그 '당신은 1번'에 내강외강(內强外剛)의 외교가 우뚝해야 마땅하다. 외교는 전쟁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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