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건강/의료

[건강] 봄철 맵시 나는 하이힐…'유혹의 그늘'

'하이힐병'으로 불리는 무지외반증, 이젠 여성들만의 질환이 아니다
굽이 높고 발 볼이 좁은 신발 착용 피해야
■100세 시대, 지역 의료와 함께 - 연합정형외과병원과 함께 알아보는 '무지외반증'

박전규 기자

박전규 기자

  • 승인 2018-04-13 11:03
구두
꽃바람이 휘날리는 봄이다. 이제 남녀 모두 한껏 자신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작은 키를 보완해주고, 다리 라인을 보기 좋게 만들어 주는 하이힐 등의 신발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러나 높은 굽과 좁은 발 볼 모양을 가진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에게서 발가락이 변형되거나 신발의 모양으로 인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의 성별에 따른 비가 5대1로 여성에서 5배 높은 비율을 보였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깔창도 진화해, 높이를 단계별로 조절하는 다단 깔창부터 실리콘 깔창, 양말 속에 넣어 착용하게 되는 깔창까지 각양각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깔창의 다양성만큼이나 젊은 남성들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무지외반증은 더이상 여성들만의 질환이 아닌 시대가 됐다. 무지외반증에 대해 대전 연합정형외과병원 족부정형세부전문의 최현 과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무지외반증이란?

굽이 높거나 깔창을 끼운 신발을 오래 착용하게 되면 체중이 발바닥 전체가 아닌 발 앞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되고, 유행에 따라 발 볼이 좁은 모양의 신발을 선호하게 되면 신발에 발의 양 측면이 압력을 받아 엄지발가락이나 새끼발가락 뼈에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져서 발 모양의 변형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의 원인이 신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유전적 원인이 있는 사람에서 발생빈도가 높아 굽이 낮고 발 볼이 넓은 신발을 즐겨 신은 사람에서도 발 모양의 변형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런 발 모양의 변형들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번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며 내측으로 회전해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이 안쪽으로 돌출된 것을 말한다. 장시간 서 있게 되거나 걸어 다닐 때 변형이 온 엄지발가락의 돌출부위가 계속 신발과 부딪히면서 통증이 발생하거나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또한 엄지발가락 쪽으로 부하되던 체중이 두세 번째 발가락뼈 쪽으로 전달되면서 엄지발가락 쪽이 아닌 다른 발가락의 발바닥 쪽에 굳은살이 생기게 되기도 한다.

최현 과장은 "심한 경우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탈구돼 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까지 관찰된다"며 "그 임상적 경과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의 치료

무지외반증의 일차적인 치료는 비수술적 요법이다. 변형을 악화시키는 굽이 높고 발 볼이 좁은 신발의 착용을 피하고,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통증을 느끼는 환자라면 신발 안에 교정 도구를 착용하거나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보조기를 사용해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진행되는 것을 더디게 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정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근본적인 발 모양 변형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며 이런 보존적인 치료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게 된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간혹 미용의 목적으로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있으나 '발' 이란 부위는 그 자체가 기능적으로 보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미용적 목적을 위한 섣부른 수술 결정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는 보통 교정 절골술이 시행된다. 절골술이란 뼈를 잘라서 각도와 위치를 본래의 위치로 복원시키는 방법으로 무지외반증 같은 뼈의 변형을 교정하거나 관절의 운동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이다. 환자의 상태나 중증도에 따라서 엄지발가락 주변 연부조직 유리술이나 중증 관절염이 동반된 경우엔 주변 관절 유합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수술 후 보조장치 없이 보행이 가능하게 되기까지는 평균 약 6주가량이 소요되며, 그 전까지는 목발을 사용해 보행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2주째 실밥을 제거한 이후에도 4~6주까지는 적절한 테이핑을 지속해야 한다. 약 2~3개월 후에는 일상적인 신발 착용도 가능하지만, 수술 후 5~6개월까지는 하이힐이나 볼이 좁은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술적 치료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예방할 수 있는 관리법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변형을 악화시키는 신발을 피하면서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최현 과장은 "불가피한 경우 편한 신발의 착용이 어려운 경우라면 자주 신발을 벗어 발을 풀어주어야 한다"면서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미온수로 족욕과 마사지를 동반해 발 주변의 피로를 풀어주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최현 과장
연합정형외과병원 족부정형세부전문의 최현 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