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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배우 문소리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8-09-27 10:25

신문게재 2018-09-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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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씨.
추석 연휴였습니다. 더없이 좋은 절기 한가위는 영화의 성수기이기도 합니다. 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추석이나 설 명절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차례를 지내거나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의 경건함과 무게로부터 벗어난 명절의 여흥으로 '영화구경'만한 것이 없었을 겁니다. 영화관뿐 아니라 추석에는 텔레비전에서도 많은 영화를 보여줍니다. 영화관은 영화관대로 좋지만 늦은 밤 집에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영화를 보는 것 또한 명절의 한 즐거움입니다.

텔레비전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를 다시 보았습니다. 도시 생활의 실패 끝에 찾은 고향에서의 치유와 회복은 어머니의 품을 다시 찾는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혜원(김태리 분)을 중심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어머니(문소리 분)가 보였습니다. 남편을 잃고 어린 딸과 돌아온 농촌살이는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요? 배우 문소리는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 시절 어머니의 상황과 심정을 잘 보여줍니다.



문소리는 <박하사탕>(1999)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오아시스>(2002), <바람난 가족>(2003), <효자동 이발사>(2004), <사랑해, 말순씨>(2005),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 <가족의 탄생>(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사과>(2008), <하하하>(2010), <관능의 법칙>(2013), <여배우는 오늘도>(2017) 등에 출연했습니다.

문소리는 전형적인 미녀 배우는 아닙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 등의 원조 트로이카나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 등의 2세대 트로이카, 김혜수, 강수연 등의 배우들과도 결이 다릅니다. 남성 관객들의 순수하고 이상적(성녀)이거나 혹은 성적(창녀)인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대상이 아닙니다. <박하사탕>의 순임 역을 제외하고 문소리는 현실 속 여성의 욕망과 주체적인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를 통해 동시대 여성의 양상들이 표출되었습니다. 때로 당차고, 또 때로는 도발적이기까지 한 모습은 대체로 남성 관객들에게는 놀라움을, 여성 관객들에게는 공감과 통쾌함을 안겨 주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전도연이 같은 유형의 배우라 할 만합니다.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등이 그렇듯 문소리, 전도연 등을 통해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는 동시대의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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