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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아침]문서진의 '가을 일기'

앙상한 가지로 남았던
그이의 뒷모습을 기억하자면
언젠가 나도 그이처럼
서러움에 파르르 떨어야 할
핏기 빠진 앙상한 잎새의 모습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겠구나

오주영 기자

오주영 기자

  • 승인 2018-11-16 05:47
  • 수정 2018-11-16 09:05
문서진
문서진 시인
더웠던 어느 여름날

그이의 등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낀 시절이



새삼 떠올려진다



창밖 나무 가지에서

가을이 온 것을걸 느낄 때면

한 번도 전하지 못했던

한 번도 불러주지도 않았던

가슴에 남겨진 사연이

어찌 이제야 생각이 나는지



앙상한 가지로 남았던

그이의 뒷모습을 기억하자면

언젠가 나도 그이처럼

서러움에 파르르 떨어야 할

핏기 빠진 앙상한 잎새의 모습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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