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3)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9-07-18 17:53

신문게재 2019-07-19 9면

사랑방손님과어머니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은 누구일까요? 한 사람만 지목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감독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신상옥(1926?2006)입니다. 그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1960년대를 앞장서 이끌었습니다. <로맨스 빠빠>(1960), <성춘향>(1961), <연산군>(1962), <빨간마후라>(1964) 등 많은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정규직원만 2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영화사 신필름을 운영했고, 신성일 같은 스타를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최은희와의 결혼과 북한에 납치되어 살면서 영화를 만들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이야기 등 그의 삶 전체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습니다.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그 시대 많은 작품들처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문예영화입니다. 대체로 장편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면 원작에서 누락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단편 소설이 영화화되면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추가되거나 캐릭터가 변형, 강화됩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영화적으로 성공하기에는 단편 소설 쪽이 다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하여 달걀 장수 영감과 식모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가 추가되면서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죽은 남편의 친구인 사랑손님 간의 애틋하면서도 불안한 관계와 대비를 이룹니다. 따라서 작품 전체로 보면 코믹한 이완과 극적 긴장감을 형성하여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1960년대는 휴전 후 10년이 되면서 한국 사회가 재건의 분위기 속에 근대화되던 시점입니다. 유교적 전통과 서구적 자유 사이에 부각되는 윤리의 문제가 영화적으로 많이 다뤄졌습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이러한 양상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가부장의 공백으로 인해 영화는 사랑과 욕망의 자유연애, 자녀를 기르며 인고해야 하는 전통적 부덕 간의 갈등이 불거질 공간이 발생합니다. 기독교 신자이자 서구식 교육을 받은 신여성인 어머니와 죽은 남편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 사이의 애정과 고뇌가 유치원생 딸의 천진함을 통해 매개됨으로써 영화는 원작 소설이 그러하듯 신파나 삼류 로맨스로 전락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최은희, 김진규, 도금봉, 김희갑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의 명연, 아역 전영선의 깜찍한 연기가 신상옥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어우러져 지금 다시 봐도 세련된 품격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