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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들판이 적막하다- 정현종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19-10-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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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들판이 적막하다



정현종









가을 햇볕에 공기에

익는 벼에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아, 들판이 적막하다 ――

메뚜기가 없다!



오 이 불길한 고요 ――

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느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세계를 지배한 지구는 오로지 인간의 땅이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사라져간 멸종 동물과 식물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인간은 헤아릴 수 있을까. 코뿔소는 멸종 위기 동물이다. 눈표범은 히말라야 인적 없는 곳에서 간신히 삶의 끈을 이어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구는 이제 불모의 땅으로 변할 것이다. 개발과 개발. 산은 파헤쳐져 도로와 터널이 들어선다. 산 짐승과 나무가 죽어 넘어진다.

1970년대만 해도 시골 여름밤은 반딧불로 반짝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골짜기와 숲, 마당을 벗어나면 형광불빛 같은 반딧불이 어린 아이들에게 환상과 꿈을 심어줬다. 반딧불이 꽁지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불빛. 농약으로 범벅된 들판은 이제 메뚜기도 사라졌다. 여치, 귀뚜라미가 어디로 갔을까. 이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는 날, 인간도 멸종할 것이다. '오 이 불길한 고요-- 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느니.......'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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