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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사람을 위한 도시, 걷고 싶은 도시

박무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2-12 08:17
박무익 차장
박무익 행복청 차장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도시의 광장이나 길 위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서로를 관찰하며, 안심하고 즐거워한다.

도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그 도시의 활기와 매력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가 된다. 그러므로 도시를 계획할 때에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만남을 촉진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근대의 도시계획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동차를 처리하는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동차의 증가와 차량 중심의 도시계획이 초래한 도시의 황폐화를 지적한 바 있다. 가로에 활기를 부여하던 작은 상점들과 오래된 골목길이 차로 확충을 위해 단절되고 획일화돼 무미건조한 곳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써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보행환경의 개선을 강조한다.

사람들 자가용 이용을 줄이며 도시를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도시 공간은 자연스레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행환경 개선의 효과는 단순히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Walkable City)'의 저자인 제프 스펙(Jeff Speck)에 따르면 보행자를 위한 도시 환경은 교통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 활동량이 늘어난 시민들은 스스로 건강을 증진 시키고, 탄소배출량을 낮추게 돼 환경까지 보호하게 된다. 게다가 지역 소비를 촉진 시키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젊은 층의 도시 유입을 증가시키기까지 하는 효과도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는 모범적인 미래의 도시 모델을 창출한다는 목표에 따라 인간 중심의 도시건설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리한 대중교통은 걷기 좋은 도시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를 위해 행복청은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할 수 있는 BRT 도로와 그 정류장을 중심축으로 도시를 계획화했으며, 보행·자전거를 포함한 대중교통 분담률을 70% 이상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일상의 거주 공간에서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공동주택 설계 공모를 통해 보행 공간의 품질을 높이고 주민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택지공급방식을 혁신하였으며, 그 성과가 제3기 신도시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근 계획된 행복도시 산울리(6-3생활권)와 해밀리(6-4생활권)는 생활권 중심에 공원과 청사, 학교 등이 통합된 공공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과거의 마을과 같이 주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보행환경 혁신을 위한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여러 기관과 부서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더욱 근본적인 보행환경 혁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 생활권의 공간구조를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이미 조성된 생활권에도 보행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제적인 수준의 인간 중심 도시 모델을 2030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공간은 인간의 권리이자 삶의 질의 척도이며, 공공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돼야 한다. 여러 세대를 걸쳐 추억을 공유하며 가꾸어 나갈만한 정겨운 골목과 같은 공간들이 도시 곳곳에 생겨나기를 기원한다.
박무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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