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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난문자 피로감, 개선 여지 없나

  • 승인 2020-04-07 16:22

신문게재 2020-04-08 19면

코로나19 정국에서 긴급재난문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지배하는 감염 공포, 내집단 결속과 외집단 혐오, 의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지방정부 포함) 존재를 확인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짜증 섞인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예방수칙 준수가 불필요한 당부라는 뜻이 아니다. 긴급한 사항 위주의 문자정보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의 일상에서 재난문자 발송 시스템 자체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편이다. 3년 전 광역자치단체에 관련 업무가 이관되고 지난해 기초단체로 확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감염·격리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폭탄 문자로 인식하거나 혼선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본적인 정보 남발은 경각심과는 거꾸로 안전불감증 유발의 원인이다. 최적의 기준으로 경중을 가렸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온 국민이 안전하거나 위험한 것에 대한 신호에 과민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과대반응과 과소반응의 수위 조절이 그만큼 어렵다. 안 그래도 두려움의 전염 상황에서 사는데 '일찍 귀가'나 '확진자 없음'까지 긴급재난정보로 내보낼 이유는 없다. 알람 기능을 끌 정도의 과도함이라면 무의미한 문자가 될 것이다.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비상 국면이 길어지자 실제로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알맹이 없는 문자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면 '양치기 소년' 흡사한 안전불감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정된 자원은 '노파심'을 줄이고 적절하게 쓸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코로나 사태가 멈추지 않으면서 심리적 방역도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긴급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문자의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는 지침을 내린 정부 당국도 해당된다.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금 더 개선해 재난문자가 유행성 질병을 차단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의 하나로 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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