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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마약, 법 강화가 필요할 때

경제사회부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20-05-25 14:38

신문게재 2020-05-26 18면

조훈희
경제사회부 조훈희 기자
'약 먹다'. 사람이 엉뚱한 짓을 한다는 관용어다. 왜 이 말이 나왔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울리지도 않게 대중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약은 일상생활 속에 노출돼 있다.

그간 마약은 재벌, 사회적 유명인이나 유명연예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마약류 사범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구매가 쉬워져 현실 속 깊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대전에선 한 2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남자친구와 함께 마약을 수수하고 투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선고를 받았다. 아이를 가르치는 평범한 20대 선생님의 실상은 달랐다.



그는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었는데, 대전 곳곳 모텔을 전전하며 마약을 했다. 필로폰 0.07g을 일회용주사기 1개에 생수를 빨아들여 희석한 다음 팔뚝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방법도 놀랐는데 횟수를 보니 기가 찼다. 2018년에 10번의 투약 혐의를 받았다. 문제는 2018년 마약 투여에 의해 기소가 된 상황에서도 마약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수사를 받고 있던 2019년 들어서면서도 계속해 범행을 저질렀다. 2019년엔 11번의 마약 투여 혐의를 받았다. 취급한 마약류의 양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한 일이다.

이들의 마약 수수 경로는 SNS였다. 각종 마약을 판매한 글들은 인터넷 카페, 텔레그램, 트위터 등 매체로 퍼져 나간다. 마약류 광고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했다.

마약을 2년 간 21차례 투여하고, 이를 위해 수수해온 범죄의 형량은 어떨까. 지방법원에선 징역형을 선고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피고인에 대해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40시간 약물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벌금으로 250만 5000원을 추징했다.

법원은 "기소된 이후에도 계속 범행을 저질렀고, 상당한 양의 마약류를 취급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의 등 법원 양형기준의 권고형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한다"고 말했다.

검사는 항소했다. 1심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고등법원은 "원심판결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며 "원심 형량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마약은 손을 댄 이후 여러 가지 다른 사회적 범죄를 수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알려주기 위해선 마약이란 범죄가 잘못됐다고 말해줘야 한다. 마약을 솜방망이 처벌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나서거나,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등의 법 강화가 필요하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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