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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열정에 나이 잊은 '청춘학교'

400여명 학생 이곳 다녀가...글을 배우고 자신감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

오희룡 기자

오희룡 기자

  • 승인 2020-05-25 16:54
  • 수정 2021-05-02 20:24

신문게재 2020-05-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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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청춘학교에서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자, 수업 시작합니다."

나이든 교사가 칠판 앞에서 자음과 모음을 죽 써 내려 간다.

오늘 수업은 'ㅎ'이다. 'ㅎ'에 'ㅏ', 'ㅑ', 'ㅓ', 'ㅕ'를 붙여 한 번씩 읽어 내려가자 하얀 머리 위로 소복이 세월이 내려앉은 노년의 학생들은 혹시라도 선생님 말씀을 놓칠세라 연필로 공책에 써 내려간다. '하', '햐', '허', '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청춘학교는 글을 모르는 성인들을 위한 성인문해교실이다.

지난 2013년 선화동 청소년 문화마당에서 야학으로 문을 연 '청춘학교'는 첫해 1명의 수강생에서 현재는 총 30~40명의 학생들이 글을 배우러 매일 이곳을 들른다.

지금까지 3~400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글을 배우고, 새로운 인생을 맞았다.

학생들은 모두 60을 훌쩍 넘긴 노년들이다. 60세부터 86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모두 글을 배우겠다는 열정만은 대단하다.

수업은 초, 중, 고교 과정부터 검정고시 과정까지 6개 반이 운영 중이다. 청춘학교가 문을 연 다음 해 7명의 수강생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올해도 14명의 학생이 지난 23일 치러진 검정고시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청춘학교의 특징은 단순히 문해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영어와 한자, 영상제작 등 방과후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즐겁고 다양한 삶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70년을 살면서 한번도 영화를 보지 못했던 학생들이 이곳 문해학교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접했고, 그림 감상이라고는 꿈을 꿔보지 못했던 주부가 문해학교 주변의 으능정이 거리에서 처음으로 그림 감상을 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대부분 퇴직교사로 25명의 자원봉사자로 운영된다.

40여 년간의 교단 생활을 마치고 이곳에서 교사 봉사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성수자 씨는 "교직에 40년 동안 있다가 이곳에서 자원봉사하니 내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에 너무 보람을 느낀다"며 "어르신들도 매일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해준다"고 말했다.

청춘학교는 국가와 시 지원금, 개인후원금으로 운영 중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종일반을 운영해 일 때문에 오전 수업을 나오지 못하는 분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을 위한 수업도 계획하고 있다.

전성하 청춘학교 교장은 "이곳에서 글을 배우던 학생이 나중에 교사가 돼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글을 읽지 못했던 분들이 눈이 뜨이고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앞으로 직장 때문에 다니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종일반 등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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