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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비의 잔상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0-08-06 10:48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배제대 교수
이영우 학장
이영우란 나의 이름에는 비우(雨)가 들어간다. 이름에 비우(雨) 자를 잘 쓰지 않는다는데 아버지는 내 이름에 비를 담아두셨다.

그래서일까?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비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많이 있었다.

요즘처럼 장마가 지고 비 피해가 있을 때는 비가 좋다는 말도, 비를 얘기하는 일도 조심스럽다.



비는 왜 우(雨)라고 했을까?

비(雨)는 하늘에서 세상으로 날아오는 물방울이 아닌가... 비가 오려면 하늘에서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비는 위 하늘에서 세상으로 먼 공간을 날아서 온다. 위에 준비된 그릇의 물을 비우면 비가 되어 내린다. 비도 오고 나면 위의 그릇은 텅 비는 위 하늘에서 오는 것이므로 '우'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말 '우'는 하늘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분석은 재밌게 느껴진다.

비우(雨)에 하늘이 담겨있는 걸 보면 이름의 속뜻이 크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때로는 마음을 울리게 하니 비는 하늘에서만 내리는 건 아닌 셈이다. 하염없이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올해는 자연재해도 많다 싶으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전국을 넘어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길어지면서 내성이 강한 나도 이렇게 계속 가면 어쩌나 싶고 시시콜콜한 걱정까지도 덤으로 얹었다.

새벽 내 무서운 빗소리에 잠을 깼다.

본시 비를 좋아했지만 도심에서 거친 비치고는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내린다.

천둥 번개의 광음과 고요가 반복하며 짙은 녹색과 뒤엉킨 회색의 깊은 침울함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참을 퍼 붙다가 다시 고요가 시작되고 간헐적으로 들리는 굵은 낙수 소리가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건 다시 시작될 거친 폭우를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빗소리는 거칠어지고 자연은 침묵하다가 존재감을 이렇게 보여주나 보다.

억수 같은 비가 오고 장마가 진행되고 일 년 중 가장 힘든 계절이다.

때로는 빗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같아서 술 한잔 하고 엘피판을 틀고 싸구려 와인 몇 잔에 울고 허망하게 돌아가신 모친의 마음이 생각나서 그 모정에 중년이 되어서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 아마도 내 이름의 비우(雨)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눈물인 듯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비가 내 가슴에는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나고

하늘을 쳐다볼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에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보면 이내 현실로 돌아와 생활에 쫓기고 생활하다 보면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비에 젖는다.

이 또한 지나겠지만, 올여름 장마는 여러 생각을 만든다.

생각이 많아지는 거 싫은데 무겁게 생각이 많아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과학이 발전해서 최첨단을 달려도 자연이 부르는 외침에는 하염없이 약해지고 무력해 지기에.

2020년은 여러 가지로 많은 변화를 주고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은 시간이 흘러야 회복을 되찾듯이 충분히 아프고 나면 극복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우동가락 만큼 굵어서 맞으면 아플 것 같은 비는 차라리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가는 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해 주는 비가 그리운 오늘이다.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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