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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고립에서 흐르는 맛

이현경/ 시인(서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1-14 11:11
겨울을 품은

흐린 하늘을 읽어요



구름에서 번식된 흰 눈이



회색 공중을 열고 무수히 쏟아지면

수정할 수 없는 폭설이

지상의 풍경을 바꿔요



허공을 점유하며 내리는 눈발이

어느새 몸의 둘레에 촘촘히 쌓여요



대설이, 온 세상을 빠뜨리고

눈이 쌓인 바닥에는 어제가 들어있어요



아직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 없는

하얀 고백이 입안에서 설레고

내 영혼을 어루만진 사람과 발이 묶여

불쑥 나타난 폭설에 갇히고 싶어요



그대와 함께

고립 속에서 있는 맛은 어떤 것일까요



서로의 입속에 달콤한 향으로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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