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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기독교가 민폐종교에서 벗어나는 길

김명주 충남대 교수

신성룡 기자

신성룡 기자

  • 승인 2021-0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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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충남대 교수
2021년 1월 30일 자 모 일간지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에서 한국 기독교 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추락해 여론조사 응답자들의 76%가 기독교를 불신했다. 1월 말부터 BTJ 열방센터, IM 선교회의 비인가 학교들로부터 코로나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일부 기독교가 가뜩이나 시름 깊은 국민 전체에 큰 민폐를 끼친 까닭이다.

일부 기독교의 민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학의 눈부신 성과에 무지한 신화적 세계관, 보다 폭넓은 자유와 평등을 향해 온갖 차별을 없애는 인류의 거대한 진보 물결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수구 행태, 합리적 탐구를 거부하는 반지성주의,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배타적 나르시시즘은 기독교에 대한 거의 절망에 가까운 불신을 가져왔고, 최근 들어 기독교의 민폐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 있는 기독교인들은 말한다. 지금이라도 기독교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그 본래의 기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종교는 1) 우주와 세상의 기원, 인간존재의 기원을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기능, 2) 상부상조하고 구제하는 공동체 기능, 3) 출생, 죽음과 같은 생애 전환과 일상생활을 축복하는 의례기능, 4) 몸과 마음의 치유 기능, 5) 법과 윤리 제정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행해왔다.



그러나 공동체가 확대되고 특히 과학이 발달하면서 종교의 기능은 점차 축소된다. 종교가 행했던 법 제정의 기능은 법학, 의회, 국가가 담당하고, 윤리문제는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담당한다. 종교의 치유 기능은 의학과 심리학이 담당한다. 물론 상처받은 자들이 교회 안에서 위로를 얻는 것은 종교의 치유 기능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종교의 형이상학적 기능은 과학으로 통째로 넘어갔다. 물론 과학조차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이는 신비로 남아있다. 이 영역은 종교든 과학이든 섣불리 설명하면 독단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래 기능이란 서로 함께 위로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기능과 정기적 의례를 거행하는 의례 기능이 가장 유효하다. 말하자면 포용적 공동체 기능과 의례 기능이 종교의 순기능이다. 종교가 여전히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고, 인간 창조의 기원을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만용을 부린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교조적인 역기능으로 작용하게 되어, 폐해는 심각해진다. 역기능을 지양하고, 순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기독교가 민폐 종교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더불어 기독교가 민폐종교가 되지 않는 길은 예수정신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는 종교다. 예수가 만일 살아서 지금의 기독교를 본다면 개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종교를 만든 적이 없다고, 현재의 기독교를 부인할 것임이 틀림없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처럼 사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는 금식과 명상을 통해 신비를 체험한 인물이며, 보복과 전쟁이 당연한 세상에서 놀랍게도 이웃 사랑을 설파했고, 기성 종교의 허위의식을 비판했으며, 부당한 처벌에 대항해 간음한 여성을 보호했으며, 죽기까지 변혁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기독교 이전의 예수>>를 쓴 앨버트 놀란(Albert Nolan)의 말대로 예수가 그 위대함으로 이후 신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예수를 쉽사리 신으로 신비화하지 말아야 그의 위대함이 돋보인다. 예수가 신이었다면 그의 위대함은 당연지사가 되고 만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예수를 닮는 일이다.

비록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아도 바꾸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고 부단히 실천하는 것, 즉, 고통과 어둠, 당혹, 남루한 인간 조건의 끄트머리에서도 변화를 희망하는 충직함, 사명감, 헌신, 그것이 바로 예수정신이다. 이런 예수 정신으로 되살려야 기독교는 민폐 종교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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