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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눈보라를 맞으며

염재균/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2-23 00:00
눈 모자 쓴 홍매화<YONHAP NO-2081>
눈 모자 쓴 홍매화 /연합DB


봄이 오는 소리

한 겹 두 겹 벗어던진



마음속의 두툼한 무게



꽃을 피우려는 개나리

옷맵시 곱게 곱게

서두르는 몸단장



심술보 가득한

차가운 겨울바람

먹구름 불러와



오는 봄을 시샘하듯

깨어나는 대지에

눈보라를 뿌려댄다.



세상은 온통 하얗게

내 마음에 눈부심이

젖어들면



나목에 울던

단풍나무

하얀 꽃 활짝 피우고



생기 잃은 솔가지에

소복이 내려앉은

목화솜처럼 보드라운 눈



오고가는 사람들

눈보라에 보이질 않고

우산들만 왔다갔다

부지런을 떠는



떠나기 싫은 걸까 겨울이



봄이 오는 길목에

눈보라를 맞으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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