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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곱하기 제로 게임'의 중요성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3-24 17:02
  • 수정 2021-04-15 17:24
*'초경서반'의 저자인 홍경석(62)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를 오늘부터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경비원 출신 글쟁이로 널리 알려진 홍 작가가 '세창밀시'의 마음으로 들여다본 세상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힘과 국민의 당은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했다. 기타 출마한 정당과 무소속 후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외형 상 가장 우뚝한 야권 후보로 정리되면서 여야 대결은 더욱 본격적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중요한 것은, 내년에 있는 대선의 장망경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야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접어들었다. '제로섬게임'은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게임에 참가하는 양측 중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총합이 0(zero)이 되는 게임을 가리킨다. 즉, 내가 10을 얻으면 상대가 10을 잃고, 상대가 10을 얻으면 내가 10을 잃게 되는 게임이다.

이처럼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게임인 만큼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제로섬게임'이라는 용어는 애초 게임 이론으로부터 등장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사회분야 등의 무한경쟁 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절대 강자만 이득을 독식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에도 종종 사용된다. 대표적인 제로섬게임으로는 포커나 경마 등 도박을 들 수 있다.

확장되어 정치에서의 선거와 스포츠, 선물 거래나 옵션 거래 등도 제로섬게임에 해당된다. 제로섬게임의 외연을 확대하면 '곱하기 제로섬게임'(non-zero-sum game)으로 연결된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의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정치 분야의 '0'점을 곱하면 물거품이 돼버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힘없는 노동자와 비정규직군(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곱하기 제로섬게임'처럼 미적지근하거나 아예 무대응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다시금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며 사탕발림을 꺼내 들었다. 그렇지만 이건 동족방뇨(凍足放尿)의 땜질이란 생각이다.

그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고성(頑固性) 재고(再顧)와 개선, 그리고 폐업(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포함)한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에게 재기(再起)의 방법을 주는 게 더 시급하다.

필자도 술을 좋아하지만 현행처럼 밤 10시에 식당과 술집의 문을 닫으라고 하면 술꾼들의 전매특허(?)인 '2차 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지나면 내년 3월 9일 '20대 대선'이라는 열차의 플랫폼과 마주한다.

선거일만 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정작 투표는 안 하고 놀러가는 사람이 꼭 있다. 한데 이런 유권자가 정치인 욕은 가장 많이 한다는 특색을 보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아니라 필자는 입때껏 그 어떤 선거조차 단 한 번도 보이콧(boycott)한 적이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미 2500년 전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고 간파했다.

"(투표의)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 -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었던 단테(Alighieri Dante) 역시 투표와 선거의 중차대함을 강조했다. 한말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 역시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라고 일갈(一喝)했다.

'곱하기 제로섬게임'의 중요성을 생각해서라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합성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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