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건강/의료

[도시인의 건강법]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는 진화적 이유

이영호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1-04-04 10:20
  • 수정 2021-04-05 13:46

신문게재 2021-04-05 10면

이영호 교수(수정완료)
이영호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
우리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 들 수 있다. 첫째 우리 몸은 해부생리학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를 해왔고, 둘째 이에 따라 육식보다 채식이 건강에 좋으며, 셋째 지구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는 진화적(해부생리학적) 이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소, 양, 말, 사슴 등 전형적인 초식동물은 얕은 절구통 모양의 치아를 가지고 있고, 풀에 있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소화시키기 위해 특수한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호랑이 사자 등 육식동물은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턱근육을 가지고 있고, 위에서 강한 위산을 분비하여 먹은 고기의 소화를 쉽게 해 준다.

인간의 조상과 영장류들은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무 위에서 초식 또는 채식성의 식사를 하였을 것이다. 사람의 위는 강한 위산을 분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식동물이 가진 날카로운 치아가 없다.



사람과 개의 치아
사람과 개의 치아
사람은 음식을 가는데 유리한 얕은 절구통 모양의 큰어금니와 작은어금니가 있지만, 우리의 곁에 있는 반려견의 어금니는 절구통 모양이 아닌 고기를 찢는데 유리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 개는 육식동물에 속한다.

인간의 조상과 영장류들은 풀과 나무의 잎사귀를 먹지 않고 주로 다양한 열매를 먹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류는 풀과 잎사귀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소화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조상들을 풀 종류를 주로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보다 채식동물로 부르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500여만 년 전쯤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척박한 사바나 초원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직립을 시작하였지만 뇌가 지금의 1/3 크기(약 500 cc)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약 200만 년 전에 호모 이렉투스(Homo erectus)라고 불리는 우리 조상들의 뇌는 1,000 cc 이상으로 커지는 반면, 씹기근육은 퇴화되어 육식동물에 비해 그 힘이 매우 약해지는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호모 이렉투스는 지능이 발달하여 창이나 화살 등의 도구로 동물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불을 발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기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어 육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우리 인류를 잡식동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다른 잡식동물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도 없고 강력한 턱근육도 없어 진정한 잡식동물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적어도 수백만 년 동안 채식을 해 왔고, 이에 따라 몸의 구조와 기능이 이에 맞도록 진화한 채식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서양에서 비롯된 육식문화는 인류의 긴 진화 역사를 볼 때 본류가 아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어 육식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비교적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육식문화는 우리를 병들게 하여,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진화적(해부생리학적)으로 채식동물이기 때문에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 채식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좋은 효과에 대해서 다음 칼럼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