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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밤낮 바뀐 삶 힘들지만 농가 유통판로 도움에 보람 느껴”

윤정기 대전중앙청과 경매사 20년 채소분야 외길
“현장서 부딪히며 익혀야 실력 갖출 수 있어"

한세화 기자

한세화 기자

  • 승인 2021-04-28 16:20

신문게재 2021-04-29 6면

윤정기
윤정기 대전중앙청과 경매사.
"대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경매할 때 한동안 애먹었어요. 그나마 조금씩 값이 내려가고 있어 다행이죠"

대전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대전중앙청과㈜에서 채소 분야를 맡은 윤정기 경매사(50·사진)는 최근 경매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지난해 여름 54일간의 긴 장마로 대파 주산지인 전남지역의 피해가 심각한 데다, 올 초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이상 기후를 보이면서 대파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도부터 햇수로 20년째 대전중앙청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 경매사는 한 직장에서 축적한 오랜 경력만큼, 시장의 특성과 현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윤 경매사의 근무는 자정부터 시작된다. 밤 12시 20분부터 시작되는 경매는 새벽 1시 반까지 차례로 진행된다. 경매 전 상품성 평가를 위한 출하물량 확인 작업은 경매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다. 서울과 주변의 시세와 함께 재고 물량 파악도 해야 한다. 그는 "요즘은 간절기라 물량이 서서히 증가하는 시점"이라며 "3시쯤 경매가 끝나면 출하주에게 오늘 경매 상황을 전달해주고, 내일 물량 조정 등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매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20여 년 전, 윤 경매사는 군 재대 후 우연히 방송을 접하면서 경매사 꿈을 키웠다. 그는 "당시에는 경매학원이 없어 알음알이로 관련 서적을 찾아 독학으로 공부를 해야만 했다"며 "시장에서 일하면서 선배들을 따라다니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실무를 익혔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경쟁률이 높았는데, 13명 중 2명 합격했던 거로 기억한다"며 "요즘은 관련 책과 자료들이 오픈돼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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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대전중앙청과 내부모습.
윤 경매사가 근무하는 대전중앙청과는 지난 1994년 3월 설립된 후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히는 중부권 최대 도매법인이다.

지난 2000년 6월 대전시의 요청으로 지금의 노은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이전했다.

현재 대전중앙청과에는 윤정기 경매사를 포함해 18명의 경매사가 근무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도매시장에 평균 40여 명의 경매사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해 업무량도 많다. 그는 "일반인들이 아는 경매업무는 물론 전국 곳곳의 농가에 출하 독려를 위한 출장과 함께 재배현장 관리도 경매사의 일"이라며 "물건의 품질이 나아지도록, 제값을 받도록 도와주는 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중앙청과는 지난 1999년 전국 최초로 '무선응찰식 전자경매제'를 도입했다. 송미나 대표의 부친인 1등 경매사 출신 송성철 회장이 개발했다. 2001년 특허 출원했으며, 몇 군데 수산물직판장을 제외하고 현재 전국의 공용도매시장에서 별도 사용료 없이 사용하고 있다. 무선입찰식은 경매대를 이동하면서 진행할 수 있어 기존의 수기나 유선입찰 방식에 비해 사용이 편리하고 경매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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