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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근로감독권 지방 이양, 문제가 되는 이유

  • 승인 2021-05-16 15:38
  • 수정 2021-05-16 15:53

신문게재 2021-05-17 19면

여권에서 검토 중인 근로감독권 지방 이양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계기로 부각되지만 발원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이다. 이 경기지사는 이양이 아닌 공유라고 했지만 원래 '지방정부 근로감독권 부여 추진', 즉 지자체 이양이었다. 민선 7기 한동안 그렇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지자체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권한이 이양되면 산업현장 단속과 감시가 강화돼 노동 악습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다. '공유'의 논리도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각각 다른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전국적인 적용 기준이 불균등해진다는 우려도 그중 하나다. 고용노동부 역시 반대 입장이고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방이양사무 목록에서 제외했다. 지방정부 근로감독 권한 부여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상정됐다가 저항 기류에 부딪혀 폐기된 이력까지 있다.



광역지자체의 역량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근로감독권 이양만으로 곧 촘촘한 감독망이 구성되느냐도 문제다. 근로감독관 업무의 광범위성에 따른 인력 부족이라면 근로감독관 충원 등으로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위법 현장을 적절하게 감시하려면 전국적인 통일성이 중요하다. 재계가 산업현장 혼란과 정책 불신을 들어 우려하는 부분이다. 권한의 지방 이양 또는 공유 거부가 불법 방치라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초점이 본질적인 해결책인지로 향해야 한다.

그보다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있다. '근로감독관은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하에 두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81호 협약이 그것이다. 여기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심도 있게 검토해볼 수는 있다. 국가기관의 직접적·배타적인 근로감독 통제를 요구하는 까닭은 노동 조건 보호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한은 중앙정부에 두고 사무만 위임하는 형태는 이와 맞지 않는다. 근로감독 업무를 지방에 이양했다가 환원한 그리스의 예가 있다. 주된 사유는 ILO 권고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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