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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모기 불 피운 마당

김요미 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9-10 09:14
  • 수정 2021-09-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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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아래 채 나지막한 지붕 위엔 달님 맞으러 나온 박꽃이 달님과 친구 되어 마당을 더욱 환하게 활짝 밝혀 주고 마당의 우리 가족들의 분위기를 더욱 기쁘게 만든다. 대문 옆 탱자나무 울타리와 우거진 풀숲에서도 반딧불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수를 놓으며 밝은 불빛을 선물한다.

내가 자란 시골은 여름이면 모기가 많아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모기가 연기가 무서워 접근을 못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해 천연 방제를 하였다. 방에도 연기를 내는 지푸라기로 연기만 나는 횃불 같은 것을 만들어 방안 가득 연기를 채워 모기가 나가면 문을 닫아 놓았다.

초여름이 되면 방문마다 창호지를 때어 내고 모기장으로 교체하는 것이 연중 행사였다. 옛날은 모기약도 없고 농약도 없던 시절 청정 지역이라서 모기도 많고 온갖 벌레들의 규칙 없는 자연스런 연주도 감상 한다.



아버지께서 직접 엮어 만든 멍석을 마당에 펴놓고 모깃불 (불은 올라오지 않고 연기만 많이 나오는)까지 피워놓으면 밤 하늘에서 내려오는 찬 기운과 땅에서 올라오는 찬 내음을 벗 삼아 저녁밥은 자연스럽게 마당에 펴 놓은 멍석 위에서 먹게 된다. 물론 비가 오는 날만 빼놓고.

식사 후 멍석에 누워서 저 별은 국자를 닮은 북두칠성, 홀로 떠 있는 큰 별은 북극성, 은가루를 길게 뿌려 놓은 것처럼 오작교를 수놓은 은하수 7월 7석에 견우직녀가 만나도록 다리를 놓은 것이 은하수라며 설명하시는 아버지 이야기 듣다 잠들며 방으로 안아 재운다. 또는 막 잠들려고 하면 방에서 자라고 깨워서 방 문에 모기가 따라 들어 갈까 봐 부채로 부처서 모기를 쫓아내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자려고 하는데 혼자 먼저 들어오면 무서워서 다시 나기면 모기 들어간다고 꾸중들은 기억이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

그러고 보니 부채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 기억이 있다. 대나무를 자르고 쪽쪽 갈라서 사이를 벌어지게 엮은 다음 창호지에 나뭇잎 넣고 풀로 빳빳이 발라 부채 만든다. 그렇게 가족마다 나뭇잎으로 이름 지어진 각자의 부채를 손에 들고 모기 쫓는데도 유용하게 쓰이고 더위 식히기에 아주 실용적인 아버지표 부채가 된다.

모깃불 피워 놓고 넓은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한 여름 삼복더위에는 소복을 해야 한다며 사골, 연골, 우족, 소꼬리뼈들을 가마솥에 가득 넣고 푹 삶아서 몇 십 년을 사용했는지 길이 나서 까맣게 빤짝빤짝 빛나는 큰 무쇠 가마솥에 뽀얗게 국물을 낸다

여기에 흰쌀 밥 말아서 먹으면 연골 씹는 맛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평상시는 여름에 보리 위주로 밥을 먹었는데 이때 만큼은 쌀밥하고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쌀밥을 말아서 연중행사로 꼭 여름에는 쌀밥을 먹었기 때문에 우리 7남매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습관에 따라 여름이면 무항생제 곰탕거리를 사다 그 시절처럼 장작불은 아니어도 나름 원적외선 레인지에 푹 고와서 머리가 어지럽다는 올케 한 솥 갖다 주고, 아들 가족이 시골 전원 주택에 여름휴가 온다 해서 한 솥 고와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또 옆에 사는 딸 가족과 우리를 위해 푹 끓여서 냉동실에 넣어놓는다. 가족들 오면 꺼내 깍두기하고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다" 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손자, 손녀의 잘 먹는 모습도 보면 금방 키가 클 것 같고, 손자가 말하는 파워 에너지가 생길 것 같아 칼로리 보충용으로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꼭 시행한다.

곰탕 끓이는 방법을 지금 젊은이들은 잘 할 줄 모를 것 같아 곰탕거리를 몇 번을 구입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더워서 힘든 여름에 제격인 소복곰탕을 만든다. 곰탕거리를 찬물에 담궈 핏물을 뺀 후 수돗물을 붓고 고기가 익을 정도로 삶으면 둥둥 떠 있는 기름과 찌꺼기를 깨끗이 씻어서, 식수를 부어 푹 삶아 물이 반 이상 고기가 보일 정도로 물이 줄어들면 뽀얀 물을 따라 차가운 곳에 넣어 두면 하얗게 엉긴 기름을 화장지에 떠내 버리면 된다. 이 방법으로 한번이나 두 번 더 푹 끊이면 끝이다.

나이 들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요소는 필수적이라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나도 습관적으로 하게된다. 그 시절처럼 하늘의 별은 잘 보이지 않아도 앞마당의 멍석 위에 온 가족이 모여 모깃불 피워놓고 저녁 식사 하던 일, 식사 끝나고 멍석을 돌면서 달빛에 그림자 밟기 놀이하다 넘어져서 이마에 흉까지 생기고 달빛이 밝아 큰 글자는 보인다고 글 읽던 일들이 떠 오른다.

여름의 연중행사로 소복이라는 단어를 쓰시는 아버지를 따라서 나도 옛날 이야기하며 꼭 시행을 하고 있다. 소복이라는 단어는 아마 '예산소복갈비, '홍성소복갈비, 앞에 지명 없이 소복갈비라는 상호처럼 고기에 붙는 혹시 고유명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 세종으로 이사왔다.

여름이 가는게 아쉬운지 까마귀는 집앞에서 울어댄다. 길가의 쓰레기를 뒤지던 까마귀들은 많이 내린 호우로 계곡의 쓰레기가 쓸려가니 인가로 날아와 쓰레기더미를 엿보는 것이다.

그래 어서 가을이여 오라.

즐거운 이웃을 불러 모깃불 피우던 생각을 하며 아름답던 추억을 얘기해 보리라.

김요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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