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무겁지만 보물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박영주 세종예술고 교사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21-09-24 09:38

신문게재 2021-09-24 18면

세종예술고등학교 박영주 교사
박영주 세종예술고 교사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저는 교육청 소통담당관에 근무하는 이호성 주무관입니다. 8월 말에 교육감과 함께 하는 공감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요?

"네? 저는 세종예술고 교사 박영주인데요. 그리고 무슨 공감데이트를?"

지난 8월 초 교육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전화 통화에 나는 두 번 당황했다. 첫째는 이사장님? 나는 그냥 평교사일 뿐인데, 둘째는 공감데이트? 도대체 뭘 '공감'하라는 것인지.



'예다움학교사회적협동조합'은 예술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예술인 협동조합의 운영을 통하여 미래의 진로에 대한 미리 배우고 예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참여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등의 민주시민교육을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2020년 12월에 교육부로부터 '예다움학교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으며 올해 1월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현재 문화예술나눔공연, 문화예술 미디어 콘텐츠 제작, 생활용품·디자인 제작 및 판매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세종수목원 봄축제, 나성유 원가 제작, 교육청 스승의날 행사, 예다움 미술봉사 등을 추진했고, 향후 좀 더 많은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정관을 만드는 작업부터 절차 서류 업무를 모두 맡아서 진행했다는 이유로 나는 '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다. 사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이사장이란 직함은 낯설기만 하다. 하하하!

지난 8월 23일, 최교진 교육감과 교육청 관계자 및 학생, 학부모, 교직원 조합원 8명이 함께 공감데이트를 했다.

이사장인 나는 참가자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립배경, 조합현황, 사업운영, 예산 등에 대해서 먼저 설명했다.

"아!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세종예술고 협동조합이 세종시교육청 1호 협동조합입니다. 조합원님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나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늘 그러하시듯 최교진 교육감은 나의 설명을 경청하고 꼼꼼히 메모하면서 공감데이트에 참가한 모두에게 화두를 던졌다.

A 참석자는 "제 생각에는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학교 운영을 위한 업무도 해야 하는데 협동조합 업무까지 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인적,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B 참석자는 "협동조합에서 하는 일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협동조합을 발전시키는 방향에 대해 1시간가량 진지하게 토의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학기 초에 이런저런 업무로 바쁜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리고 지원방안에 대한 공감하는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다가왔다.

"끝으로 박영주 이사장님! 협동조합은 이사장님께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협동조합은 저에게 무겁지만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가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하지만 학교 곳곳에서 학생, 교직원, 학부모 조합원을 만나서 소통하다 보면 정말 귀한 보물들이 곳곳에 가득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감데이트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세종예술고 협동조합이 나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협동조합은 멀리 가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 함께 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무겁지만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박영주 세종예술고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