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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메타버스와 함께하는 교육의 길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이유나 기자

이유나 기자

  • 승인 2022-01-17 16:31

신문게재 2022-01-18 19면

김정겸 교수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김정겸 교수.
1990년대 초반, 아직 어렸던 우리 아이들이 즐겨보던 만화영화 중에 '신기한 스쿨버스(The Magic School Bus)'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은 우주선이나 초소형 잠수함 등으로 자유롭게 변신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우주나 인체 내부 등을 자유롭게 탐험해 나갔다. 한 장면도 눈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바라보던 우리 아이들은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세계를 탐구하며 어느새 자연스럽게 과학과 친해져 있었다. 스쿨버스를 타고 우주를 가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이러한 기술이 만약 현실에 구현된다면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랬던 과거의 아쉬움이 이제는 채워질 듯하다. 메타버스(Metaverse)의 이야기다.

발전된 5G, 3D 기술 등을 바탕으로 진화한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공간을 초월하여 그동안 우리가 현실적인 문제로 갈 수 없었던 장소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일상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과 강화된 사용자, 콘텐츠 간의 상호작용성은 메타버스 세계를 일상의 연장선으로 느끼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그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에서 우리가 포기해 왔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된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학습자들은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은 학습자의 창의적 문제해결역량의 함양과 함께 맥락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여 학습하는 등 개별화, 맞춤형 학습도 실현될 수 있다.



반면 위와 같은 교육적 이점(利點)에도 불구하고 교육 속 메타버스의 활용에는 우려되는 사항들도 있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학습자의 높은 자유도는 학습 방향의 상실을 야기할 수 있으며 학습자의 목표 설정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학습자가 자신에게 적절한 길을 찾아 목표를 향해 수월하게 나아갈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또한, 메타버스 속의 익명성과 학습자가 과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아바타라는 가면을 쓰고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익명성은 적극적인 학습 참여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수업이나 다른 학습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등 현실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학습자가 메타버스에 과몰입하게 되는 경우, 현실 속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메타버스 속에서 이루어질 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교수자는 학습자의 자유를 보장하되, 메타버스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한 시기에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메타버스 특성에 맞는 교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는 메타버스 세계가 일상의 연장선에 있음을 유념하고 건전한 메타버스 활동을 위한 메타버스 에티켓, 일명 '메타켓'을 체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는 메타버스가 단순한 놀이의 공간이 아닌 학습자의 자아실현과 학습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과몰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상과 메타버스 간의 균형 유지를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모든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을 생각하면서도, 누구도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어쩌면 메타버스를 통해 변화할 사회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정작 스스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질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주체인 교수자와 학습자, 학부모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헛된 논의가 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맞춰 교육 현장에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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