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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 및 환수·활용 법률 제정을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07-02 16:17

신문게재 2024-07-03 18면

이상근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2017년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일본 국보·중요문화재 지정 한국 문화재 목록'에 따르면 112건의 한국 문화유산이 일본의 국보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 2019년 추가로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임진왜란 때 왜장 '가야시마 기헤이'를 조선의 무관으로 임명하기 위해서 발급한 임명장과 이에 관여한 경상도 관찰사 겸 순찰사 홍이상이 발급한 문서 2통 등 1594년 8월부터 10월에 걸쳐 발급된 '고신'이 있다. 홍이상의 문서는 큐수국립박물관에 있다.

또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된 오구라 수집품 31점과 불상, 도자 등이 있다. 이처럼 일본에 있는 중요한 한국 문화유산은 국립박물관 등은 물론 사찰이나 신사,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실제로 113건의 국보와 중요문화재 중에 60여 건이 사찰과 신사에 있고 개인이 2건을 소장하고 있다. 충남 부여에서 출토된 백제미소보살이라 불리는 관음상처럼 국보급임에도 지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를 살펴본다면 이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한 달 전 대마도를 다녀왔다. 현지를 직접 살핀 결과, 2022년 개관한 대마박물관의 전시 유물 중에는 고려 동종과 사자모양 청자연적 그리고 불상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찰과 신사 등을 방문하였는데 오가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는 무인지경이었다. 코로나19이후로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자 대마도는 회복 불능의 적막한 지역으로 변했다. 가장 번화하다는 이즈하라 거리에도 큰 도로에만 오가는 사람이 있을 뿐 뒷거리는 관광객은 물론 현지 주민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 이런 곳에 한국의 중요문화재가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지 그지없다. 하루빨리 '대마도 한국문화원'을 개원하여 수백 점에 달하는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환수-활용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이와 관련한 법률이 21대 국회에 입법 발의된 '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 및 환수·활용에 관한 법률안'이다. 2021년 발의되어 상임위에서 심사 검토한 이후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이 법률안 제17조(국외소재문화유산의 홍보·선양)에는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장)은 국외소재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환수 성과 등을 전시하고 홍보·교육하기 위하여 전시관이나 홍보관, 역사관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어서 "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활용·홍보 및 선양을 위하여 재외동포 및 재외 한인 단체의 활동을 지원·육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번 대마도 방문에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만나서 한국 문화유산의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보호, 활용에 참여할 의향을 물었더니 대다수가 공감하고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외소재 문화유산을 찾고 보존하는 일에 재외동포의 적극적인 참여는 필수적이고 우리의 문화영토를 확장하는 일이다.

2024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표한 국외소재 문화유산은 29개국에 약 25만 점이다. 소재처가 800여곳에 이른다. 이를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환수와 활용하기 위해서는 750만 재외동포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거나 가슴 뻥 뚫리는 뉴스가 없다. 서로 시비와 정쟁의 소식만 계속되니 국민의 걱정이 크다. 이러한 때에 여야가 손잡고 시급하고도 절실한 '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 및 환수·활용에 관한 법' 제정에 매진해 줄 것을 요청한다. 750만 재외동포가 참여하여 세계 속의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것이 문화영토의 확장이고 문화강국의 실현이다. 문화유산은 대체불가한 유산으로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문화산업의 원천인 우리 유산을 더 이상 낯선 땅에서 방치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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