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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양육비포기각서의 효력은 절대적인가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방원기 기자

방원기 기자

  • 승인 2024-10-01 10:21

신문게재 2024-10-02 19면

윤인섭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미 작성해서 교부해 버린 양육비 포기각서를 어떻게 극복할까. 실무상 양육비 청구사건에서 양육비 포기각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반인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양육비 포기각서 샘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부동문자로 인쇄된 양식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일단 작성한 각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양육자가 실제로 적지 않은 양육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지레 겁먹고 양육비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새는 재판상 이혼 말고 협의이혼을 통해 신분관계를 정리하는 경우도 많은데 협의이혼 당시 양육비 포기각서를 작성해 준 이상 양육자는 꼼짝없이 양육비 청구는 못 하고 혼자 벌어서 키워야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는 당사자 간에 양육비 포기각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양육비 지급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각서를 작성할 당시의 경위나 상황을 살펴볼 일이고, 나아가 이후로 당사자 간에 경제적인 사정변동이 크게 발생하였다는 등의 현저한 사정변경이 있다면 이를 입증하여 다퉈볼 수 있다. 오히려 공증 등을 받지 않고 당사자 간에 협의로 각서를 작성해서 교부한 데에 그친다면 효력은 현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양육비 포기각서를 공증까지 받았다면 어떨까. 공증까지 받았다면 강력한 효력이 발생해서 전혀 못 다투는 건 아닐까. 요새는 공증절차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 많고 가급적 당사자 간에 객관적인 증거를 남긴다는 생각으로 공증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설령 공증을 받은 양육비 포기각서라고 해도 당시 각서 작성의 경위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만약 해당 각서가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볼만한 사안이라면 소송을 통해 그 효력을 다퉈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다행히 양육비 포기각서의 효력이 부정될 경우 이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이 경우 가정법원은 양육비 산정에 있어서의 일반적인 원칙대로 부모의 현재 시점에서의 경제적 여건, 부모의 그동안의 경제적인 여건 변동, 부모의 건강상태 및 직업 유무와 소득수준, 자녀들의 연령, 숫자, 성별, 육아보조자 유무, 특별히 동년의 자녀들에 비해 추가로 병원비 등의 양육비가 더 소요될 사정의 유무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적정 수준의 양육비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을 받기 위하여는 양육비지급청구 내지 양육비증액청구 등의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민법 제837조의 제1, 2항의 규정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일단 결정한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그 후 변경하는 것은 당초의 결정 후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초의 결정이 위 법조 소정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도 가능한 것이며, 당사자가 협의하여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 후 가정법원에 그 사항의 변경을 청구한 경우에 있어서도 가정법원은 당사자가 협의하여 정한 사항이 위 법조 소정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항을 변경할 수 있고 협의 후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는 때에 한하여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까지 판시하여 사건본인을 위해 필요하다면 양육비 결정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다(대법원 1991. 6. 25. 선고 90므699 판결 [양육자지정 등]).

그러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설사 양육비 포기각서를 쓰는 조건으로 이혼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을 잘 소명하셔서 법원을 통해 적정한 양육비를 지급받으셨으면 한다. 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양육비 산정에 있어서 가정법원은 생각보다 복잡한 상당히 여러 요소를 고려하게 되고, 각 요소들을 객관적인 증거와 함께 세심하게 정리해서 주장해야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진행하시는 데에 한계라고 생각되신다면 양육비 소송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에게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안전하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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