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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길거리로...재정난 악순환

2025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각 실과별 주요 예산 줄줄이 삭감
이해관계 종사자들 불만 속출...여성플라자 5명, 직장맘센터 2명 해고
암담한 연말연시 예고...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정상화 촉구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4-12-19 16:22
여성플라자
세종시 여성플라자 누리집. 여성플라자와 직장맘지원센터 소속 계약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사진=누리집 갈무리.
세종시의 재정난이 다시 한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등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 실과별 주요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면서, 이해관계 종사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고, 당장 생계마저 잃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암담한 연말연시를 맞이해야 할 판이다.

이 같은 상황은 12월 16일 폐회한 시의회 정례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성플라자 위탁 직장맘지원센터 관계자는 세종시 시민의 창을 통해 "최민호 시장님께서 자식처럼 생각하시는 세종여성플라자(직장맘지원센터) 오주임입니다. 저희 센터 직원 7명이 계약 종료 통보를 받는 등 인원 감축 상황에 놓였고, 보조금마저 50% 삭감된 데 대해 지역의 여성 시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구여성정책과 소관 기관들의 보조금은 대부분 동결됐는데, 유독 여성플라자 관련 예산만 삭감된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시장님께서 선거당시 여성의 편에서 일하시겠다며, 기관들을 찾아 겸손히 손잡아 주시던 기억이 난다. 여성플라자에 직접 오셔서 현재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말씀을 해달라. 그래야 떠도는 루머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025년 길거리로 내몰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성명서 발표로 시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12월 19일 "최 시장님! '여성친화도시'는 말(言) 아니라 예산과 협치로 실현된다. 2025년부터 2년 간 동일한 사업이 연장 (사회서비스원으로 위탁)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근무가 강제 종료된다"라며 "이로 인해 2~3개월 빈 사무실과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발단은 사회서비스원이 여성플라자(2022년 3월 개소), 여성플라자가 직장맘지원센터(23년 6월 개소)를 각각 위탁 운영하는 구조 아래 전체 사업비가 2024년 대비 40% 이상(약 6200만 원) 삭감된 7800만 원으로 반영되면서다.

이 때문에 여성플라자 소속 직원 5명은 12월 31일까지 실업자로 전환되고, 이는 전체 종사자 9명 중 절반이 넘는 규모다. 직장맘지원센터 소속 직원 2명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일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여성플라자는 양성평등 문화 조성 및 확산, 교육 및 홍보, 여성 취·창업 지원, 문화 서비스 제공, 여성 노동권 및 모성권 보호 관련 사업 등을 수행하는 중요 기관이다. 수혜자가 5만여 명에 달하는 등 만족도도 높여왔다"며 "직장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위해 문을 연 직장맘센터 역시 여성 친화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 시장은 2023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 '우수지방자치단체장상' 수상까지 했다. 돌아온 건 불과 일 년 만에 일방적 해고 통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시의회가 승인해준 인건비 포함 예산을 집행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삭감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항의의 뜻을 표한다. 여성플라자 운영자 및 종사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계약 연장과 사업비 증액에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초 계약 기간이 2024년 12월까지란 사실을 고지하고 채용했다. 시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아 불가피한 조치"라며 "직장맘지원센터는 절차상 재공고를 통해 2명의 계약직을 다시 채용할 예정인 만큼, 재응시가 가능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행정복지위원회가 승인한 여성플라자 사업비의 삭감은 불가피한 상황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여성플라자 운영비로 집행해온 양성평등 기금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교육 등은 축소하고, 출산 장려 등 필수 사업 예산 위주로 편성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계약 기간은 분명히 명시됐으나 예산 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밝혔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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