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급할수록 여유있게 운전하자

권선민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장

심효준 기자

심효준 기자

  • 승인 2026-05-13 18:31

신문게재 2026-05-14 18면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장
권선민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장
기원전 480년 유럽에 위치한 그리스의 테르모필레와 1597년 9월 16일의 전남 진도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그리스의 테르모필레에서 일어났던 일은 '300'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이 보았을 것이다. 학자들 간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스파르타 군이 20배 정도의 페르시아 군에 맞서 싸우며 3일 동안 진군을 늦춘 덕에 페르시아의 회군을 이끌었다.



전남 진도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있었다. 이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12척과 백성들이 가져온 1척의 배로 일본의 133척과 싸워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두 전투의 공통점은 좁은 곳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병력이 많은 페르시아 군과 일본 해군이 넓은 지역에서 좁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투대형이 무너지게 되어 오합지졸이 되었고, 이미 오합지졸로 전투능력을 잃어버린 군대와 싸우는 스파르타 군과 조선 수군은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 대등한 전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페르시아와 일본의 전투지휘관들은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임을 알고 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여 진군을 독려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형이 깔때기 모양의 지형이기에 넓은 지역인 후방에서 한걸음 전진하면 앞쪽에서는 몇십 걸음을 전진해야 진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전투가 직접 이루어지는 전선에서는 빨리 전진할 수 없기에, 대열이 무너지며 자멸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기원전 480년의 레오니다스왕과 1597년의 이순신 장군은 이러한 지형적 이점을 고려하여 전투의 장소를 정했을 것이고, 이 전투로 인하여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테르모필레전투는 결국 패하였으나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고, 명량의 전투는 승리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 왕조가 몰락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리더십이 더욱 돋보이는 일화다.

심리학 관련 강의로 유명한 한 분이 유튜브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 한 내용이 떠오른다. 그분의 정의는 매뉴얼대로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매뉴얼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서 사용하고 정해진 시간보다 먼저 끝낸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통문화에도 드러난다. 신호대기 하다 앞차가 출발하면 바로 따라서 출발해야하고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여지없이 뒤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온다. 출발한 이후에도 앞차와의 간격을 조금만 넓게 두면 여지없이 옆 차로에서 끼어들고 뒤차의 경적 소리가 또 들리게 된다. 차간거리를 좁혀 운행하다보면 앞차의 사소한 변화에도 뒤차는 예민하게 반응을 해야 한다. 그러다 최악의 경우에는 오래전 페르시아 군과 일본군에게 발생했던 일이 우리에게 벌어질 수 있다.



현재 대전에서는 트램공사 때문에 지독한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이면 정체되던 읍내동과 정림동 부근은 트램공사로 인해 정체가 더욱 극심해지고, 이 여파가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차량 통행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대전도심 전체로 정체가 확산되고 있다.

평소 부담이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동하던 구간을 트램공사로 인하여 훨씬 오랜 시간 동안 이동을 해야 한다면 짜증이 밀려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조급함까지 겹쳐져 앞차에 바짝 붙게 되고 마음은 폭발 직전의 상황이 된다.

그렇지만 고대로부터 내려온 선례와 같이 너무 앞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오히려 전진을 못 하게 된다. 앞차와의 간격을 평소처럼 유지하면서 차로가 좁아지는 곳에서는 옷에 달린 지퍼처럼 한 대씩 번갈아 진입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오히려 더 빠르게 정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체가 심해지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나 흐름에 맞춰 진행하지 못하는 앞선 차량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런 차량에 일일이 반응한다고 하여도 주변의 상황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고 울화통만 터질 뿐이다.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 흐름에 맞춰 운전하였으면 한다. /권선민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