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 인터뷰

[사람내음] "봉사는 행복에너지" 17년간 3만1천시간 실천 김용군 씨

김용군 씨 은퇴 후 재능나눔 자원봉사 '진심'
2008년 유류피해 기름 걷어낸 경험 후 봉사의 삶
자원봉사 실비 1만원씩 모아 1천만원 기부
김씨 "통역과 해설, 창고정리 봉사 때 행복" 강조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12-16 17:47
  • 수정 2024-12-17 06:36

신문게재 2024-12-17 6면

'대한민국은 위대하다'라는 말은, 위정자를 위한 표현이 아니다. 국민이 낮은 곳에서 맡은 소임을 꿋꿋이 실천하고 뿌리를 깊게 내려 풍파를 매번 이겨냈기에 터져 나오는 감탄사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에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는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네 차례 연재해 나누는 삶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IMG_1985_edited
자원봉사를 통해 인생 2막의 행복을 찾은 김용군 씨를 해설사로서 봉사 중인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만났다.  (사진=임병안 기자)
2008년 1월 서해안을 뒤덮은 기름을 걷어낸 '태안의 기적'을 경험한 이후 최근까지 17년간 나누는 삶을 실천한 이가 있다. 그는 봉사할 때 느끼는 보람은 행복이라는 에너지가 되어 준다고 믿어 지금도 시민들이 머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걸어서 때로는 버스로 찾아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관에서 만난 김용군(75) 씨는 기자가 방문한 날 마침 찾아온 학생들에게 11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매머드의 화석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빨 6개에 몸통에 난 털 길이는 90㎝이었을 정도로 사람으로 치면 롱코트를 입은 거대한 매머드가 왜 멸종되었을까요?" 학생들은 해설 자원봉사자 김 씨의 설명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빙하기가 끝나갈 때 기온은 20년간 5도씩 빠르게 올랐고, 선사시대를 산 인류의 매머드 사냥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멸종되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김 씨는 "학생들이 이곳을 관람하고 해설을 들어 과학자 또는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거나 지구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새롭게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고 이를 여러 명에게 나눌 수 있어 국립중앙과학관에서만 16년째 봉사활동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에서도 방문자를 위한 해설봉사를 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17년째 천연기념물 해설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IMG_1990_edited
자원봉사를 통해 인생 2막의 행복을 찾은 김용군 씨를 해설사로서 봉사 중인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만났다. (사진=임병안 기자)
서울 용인에서 미8군 통역장교를 지낸 그는 건설기업 임원을 역임하고 2007년 은퇴한 이래 인생 2막의 행복을 봉사활동에서 찾았다. 금산세계인삼엑스포에 참여한 외국인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백제전을 비롯해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그리고 멀리 2002년 대전에서 개최된 한일월드컵까지 통역봉사를 능숙하게 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6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한밭수목원에서 숲해설사가 되어 관광객의 도심 숲 탐방을 인솔하고 있으며, 대전시청 1층 행복매장에서는 재활용 의류 창고 관리와 진열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 참여 때 받은 1만 원 남짓의 실비를 차곡차곡 모아 1000만 원을 쌓아 2015년 기부했을 정도로 진심이다. 김 씨가 2002년부터 자원봉사를 실천한 시간은 행정안전부 1365자원봉사포털 공인 기록으로 총 3만1000시간으로 1291일에 달한다.

김씨가 자원봉사에 진심으로 나선 계기는 2008년 원유운반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때 충남 서해안이 기름띠로 오염된 것을 전국의 봉사자들이 찾아와 기름을 닦아내 기적을 목격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가 태안에서 사흘간 기름을 닦아낼 때 추운 겨울임에도 학생까지 나서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자원봉사에 눈을 뜨게 됐다.

김 씨는 "겨울에 얼음처럼 차가운 손을 녹여가며 기름띠를 닦아낸 봉사자들을 보면서 재능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그때부터 인생2막을 자원봉사로 채워왔다"라며 "봉사를 위래 공부하고 걷고 사람을 만나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어 행복하다"라며 웃음지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