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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샤프의 눈물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5-12-19 14:38

신문게재 2025-12-18 18면

대전의 전설 샤프 김은중이 눈물을 흘렸다.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가 있었던 지난 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K리그1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수원FC가 부천FC1995에게 패하면서 K리그2로 강등됐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서포터석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끝까지 우리 팀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우리 선수들 끝까지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다. 모든 비난은 감독인 저에게 주셨으면 좋겠다"며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의 눈물을 보면서 9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대전시티즌 소속이던 2016년 6월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It's Daejeon 국제친선축구대회에서 김은중의 은퇴식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그의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경기장 한켠에서 그는 팬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은퇴 후 김 감독은 약속대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AFC 튀비즈 코치로 시작한 그는 U-23세 이하 대표팀 코치와 수석코치를 거치며 착실하게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2023년 U-20세 이하 월드컵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김은중 호는 이 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창조했다. 조직적인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바탕으로 U-20 대표팀을 준결승까지 이끌며 4강 신화를 달성한 것이다. 이승원, 배준호 등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이뤄낸 성과는, 지도자 김은중의 이름을 축구 팬들에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U-20 월드컵에서의 성공은 김은중을 K리그1의 감독으로 이끌었다. 2024년 6월, 그는 수원FC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하위 상반기 하위권으로 떨어진 수원에 서서히 자기 색깔을 입혀 나갔다. 프로팀 감독으로는 여전히 초보 였지만, 고참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의 신구 조화를 이끌어내며 상위권 팀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단단한 팀을 만들었다. 수원FC는 2024시즌 5위 상위스플릿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김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한 수원FC는 김 감독과 2026시즌까지 동행하기로 약속했다.

새로운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2025시즌은 시작부터 시민구단의 한계를 드러냇다.주전급 선수들의 잦은 부상은 대체 자원이 부족한 수원FC의 발목을 잡았다. 7월 들어 연승을 이어가며 하위권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승격 6년 만에 강등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김 김독은 "마음껏 사용해야 하는 훈련장조차 눈치 보면서 쓰다 보니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이런?부분이 발전해야 선수들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샤프' 김은중. 지도자로서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프로 감독 데뷔팀인 수원FC를 강등시키며 씁쓸한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행보는 성공과 좌절이라는 극명한 명암을 보여줬다.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K리그 1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프로 팀을 이끌어가는 냉정한 승부사의 기질은 아직 채워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제 김은중 감독은 2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승부사 김은중 샤프한 투혼을 보여준 그가 대전 팬들에게 했던 약속, 언젠가 대전의 지도자로 돌아오는 날을 기약해 본다.
금상진 뉴스디지털부 부장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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