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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합 논의 앞에서, '지방시대'를 다시 묻다

강영환 (사)지방시대연구소 이사장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6-01-13 16:49

신문게재 2026-01-14 18면

강영환 박사
강영환 이사장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다시 공론의 장에 올랐다. 통합을 통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광역 경쟁력을 강화하며, 투자 유치의 기반을 넓히자는 주장에는 일정한 설득력이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 역시 공감할 만하다. 다만 통합이 곧 지방을 살리는 해법이라는 인식에는 한 번 더 질문이 필요하다.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인구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가속, 청년 유출은 이미 지역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동시에 지역 경제와 일자리의 기반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은 현재의 산업뿐 아니라 미래의 기회까지 함께 잃고 있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학교와 병원, 일자리의 접근성, 돌봄과 이동의 체계가 동시에 약해지면서 지역은 점점 '살기 어려운 곳'이 되어간다. 이 변화는 정치, 즉 선거 주기와 맞지 않고 정책의 속도보다 느리지만, 한 번 굳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통합이 의미를 가지려면, 이 인구 변화와 함께 경제·일자리, 그리고 미래 성장 경로의 불균형에 어떤 해답을 제시하는지부터 분명해야 한다.

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광역 단위의 계획 수립, 중복 행정의 축소, 재정 운용의 유연성,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여력은 통합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문제는 그 힘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느냐에 있다. 통합 이후에도 청년의 경로가 보이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울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며,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의료·돌봄 체계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통합은 이름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통합의 성과가 주민의 일자리와 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제도가 재배치되는 수준에 그친다면 통합은 오히려 주민의 삶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통합 논의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찬반이 아니라 기획의 내용이다. 통합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 통합으로 확보되는 재정과 권한은 어떤 삶의 문제에 우선 투입되는가. 청년이 머물고 돌아올 수 있는 일·주거·교육의 경로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고령층의 의료·돌봄·이동을 잇는 생활망은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는가. 대학과 지역산업, 인력 전략은 어떤 그림으로 연결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통합은 '규모의 효과'를 넘어서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주도권의 위치다. 지방시대가 의미를 가지려면 방향은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비전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앙은 이를 제도·재정·권한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통합이 중앙의 속도와 정치 일정에 의해 밀어붙여질수록, 지역의 숙의와 합의는 얇아질 수밖에 없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오히려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의 생활권과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는 과정이 필수다.

대전·충남 통합 논의 역시 같은 기준 위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통합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광역 경쟁력 강화를 넘어 삶의 구조를 바꾸는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은 또 하나의 행정 실험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

지방시대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통합도 그 자체로 지방을 살리지는 못한다. 다만 조건이 갖춰진다면, 통합은 의미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이 먼저 기획하고, 중앙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 그리고 인구 변화와 경제 구조의 전환에 정면으로 답하는 설계가 함께 갈 때 통합은 비로소 지방시대의 일부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론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순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통합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보다 먼저 "통합을 통해 어떤 삶의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묻는 것. 통합 논의 앞에서, 지금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영환 (사)지방시대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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